일기장을 펼치며

매일의 소중한 기록

by 캔디부부

2016년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 결혼을 했다. 내 나이는 스물넷, 신랑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아, 난 생일이 빠르니까 스물셋인가? 함께 외국을 나가보자는 당찬 계획과 함께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도 무모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철저히 계획했다고 생각했던 그때는 함께라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사실, 우리의 워킹홀리데이 계획은 뉴질랜드가 아니었다. 영국에 대한 로망이 가득한 신랑은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어 했다. 영국 워킹홀리데이는 영어점수도 필요했기 때문에 당시 원주에서 학교를 다니며 종로에 있는 YBM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다행히 영어점수는 통과했지만 아쉽게도 영국 워킹홀리데이는 무작위 추첨이었다. 나는 붙었고, 신랑은 떨어졌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떨어지고 신랑이 붙었다면 평생 신랑에게 미안해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우린 어느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면 좋을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알게 된 나라가 바로 뉴질랜드다. 물론 지금은 신랑도 나도 뉴질랜드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뉴질랜드에 푹 빠졌다. 그 이유는 뉴질랜드를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뉴질랜드를 가보지 않았다면, 늦지 않았다. 가면 된다.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로 260일을 보냈다. 매일매일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처럼 기록을 남겼다. 수많은 사진과 함께 우리의 일상을 공유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일기를 매일매일 꾸준히 쓸 생각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외국으로 훌쩍 떠났으니 양가 부모님께 우리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꼭 증명하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매일매일 우리가 소소하게 살아내고 있는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택했다. 양가 부모님은 우리의 소식을 매일 접할 수 있으니 안심하셨고, 지인들도 우리의 소식을 접하며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썼더니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우리가 쓰는 블로그를 보고 있다며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 인사해주신 분도 있었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알아봐 주신 분이 생겼을 정도다. 어쩌면 의무감에, 어쩌면 매일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꾸준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일기장은 5년이 지난 지금, 2021년에 다시 펼쳐졌다. 코로나 19의 상황으로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제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래서 이 일기장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다. 적어도 일기장 속에는 코로나 19 따위 존재하지 않고, 미세먼지 조차 존재하지 않는 뉴질랜드라는 아름다운 나라 속 이야기가 펼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일기장을 통해 누군가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랜선 여행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면 좋겠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배운 수많은 것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덮어두기엔 아쉬운 이 일기장을 보며 잠시라도 웃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현재를 살아내는 우리 부부에게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는 끝없는 대화 주제가 된다. 척하면 척하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 이 일기장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 덮어두기엔 아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