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딜레이를 들어보았니?
뉴질랜드에서의 첫째 날.
워킹홀리데이와 그 후 세계여행을 위한 일정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뉴질랜드로 출발했다. 인천에서 10시에 출발하여 일본 나리타공항을 경유하고 다시 오클랜드로 가는 엄청난 여정이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우리는 무려 새벽 4시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지방에 사는 슬픔인 것인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미리 싸 둔 짐을 챙겨 서둘러 출발했다.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인천공항. 괜히 더 설레는 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공항에 도착해서 셀프체크인으로 탑승권을 프린트했더니 수속하는 속도가 번개 같다. 이럴 때 보면 번개같이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은 참 좋은 나라인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 부부, 뉴질랜드에서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 아주 작고 귀여운 마틴 백패커 기타를 가져가려 했다. 혹시나 못 가지고 갈까 봐 신랑의 깔깔이(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깔깔이)로 기타 케이스도 새로 제작했다. 하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일까? 기타의 크기가 크다며 추가 요금을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포기하고 부모님께 맡기고 왔다. 이렇게 아쉽고 슬플 수가. 나름 뉴질랜드에서의 즐거움을 담당하기 위한 핫 아이템이었는데. 얼마나 챙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이것저것 챙긴 우리의 짐은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1인당 23kg, 1개의 짐이 가능했는데, 다행히 무사통과되었다. 이것저것 잔뜩 챙긴 것 같은데. 알맞게 챙기기는 했나 보다. 수속을 다 마치고 가족들과 마지막 만찬을 했다. 마지막 만찬 이래 봤자 공항 푸드코드였지만 함께 모여 즐기는 식사라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 한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는 어김없이 김치찌개를 택했다. 뉴질랜드 가서 못 먹으면 슬프니까. 식사를 하고 오전 8시 30분쯤 인사를 했는데,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 내가 제일 많이, 제일 먼저 울었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닐 것 같은 기분이다. 새로운 시작, 어떻게 보면 더 큰 꿈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당분간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눈물을 나게 한 것 같다. 그렇게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2시간여 날아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여유롭게 오후 6시 30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항공 게이트도 뜨지 않은 상황. 여기저기 물어물어 1-2시간 전에 게이트가 뜬다는 이야기를 입수하고, 공항에서 노숙자 신세를 졌다. 그리고 탑승한 에어 뉴질랜드. 블랙 엔 화이트 조합으로 정말 깨끗했다. 정말 누구에게나 정말 추천할 만큼 깔끔 그 자체였다. usb도 연결 가능했다. 한국어 자막과 오디오는 하나도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다음엔 영어를 유창하게 하며 자막 없이 볼 그날을 꿈꾸며 나름 즐겼다. 하늘을 날고 날고 또 날고 기내식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보이는 뉴질랜드. 드디어 뉴질랜드에 도착을 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히 짐도 빨리 나와서 후다닥 챙기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뉴질랜드 도착을 했다. 따단. 공항에서 핸드폰부터 개통했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아이폰 SE를 구매하고, 뉴질랜드에서 바로 개통했다. 가격이 얼마인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개통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할 일을 끝낸 기분이다.
며칠 후에 다시 뉴질랜드 크리이스트처치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틀 묵을 숙소를 구했고 혼성 도미토리 10명 방인데 모두 친절하고 센스가 넘쳤다. 침대 천장이 낮아서 계속 부딪히는 거 말고는 너무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숙소였다. 이제 막 시작이라 아직 두근거림과 설렘만 가득해서일까? 뭘 해도 웃음이 나왔다. 점심은 근처 푸드코트 가서 스시를 먹었다. 엄청 고급진 스시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밥이 무척이나 많은. 스시라고 하기엔 살짝 애매한 그런 스시였다. 새우튀김이 제일 맛있었다. 역시 튀긴 건 다 맛있다. 점심을 먹고 오클랜드 텀블러 사러 스타벅스에 갔는데 시티 텀블러가 없었다. 시티 텀블러가 있었으면 멋지게 모아보려 했는데. 아쉬운 대로 그냥 커피만 잘 마시고 왔다. 스타벅스를 자주 가는 사람은 알겠지만, 컵에 닉네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이름을 적어준다. 여기에선 KIM!이라고 적어줬다.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이름 적어주는 서비스(?)였다. KIM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라떼와 헤이즐넛 시럽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후 숙소로 돌아와 씻고 기절했다. 오랜 비행이 주는 피로감에 코를 무진장 골았을지도 모른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는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다녀왔다. 외국에 온 느낌이 물씬 났다. 일단 간판이 다 영어다. 그래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든든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시작. 느낌이 좋다. 본격적인 워킹홀리데이 시작 전, 관광객 모드로 뉴질랜드에서의 삶을 시작해본다.
뉴질랜드에서의 셋째 날.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낸 사람이 또 있을까? 오늘은 이틀 동안 잘 쉬었던 백패커에서 퇴실하는 날이었다. 벌써 정든 것 같은 숙소여서 그런지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오전 7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씻고 준비하고, 아침은 어제 봐 둔 팬케이크 먹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한국 호떡가게였다. 뉴질랜드에 온 지 3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한국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괜히 외국스러운 맥도날드 팬케이크로 아침을 먹었다. 오늘 우리는 2시 15분 Zet star 항공을 타고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한다. 또 다른 새로운 출발. 관광객 모드를 끝내고 워킹홀리데이 모드로 돌입하기 위한 첫 발걸음인 셈이다. 재빠르게 스카이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오전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길래 '이러다 비행기 안 뜨는 거 아니야?' 하고 웃으며 말하던 우리의 모습은 곧 반... 현실이 되는 일이 생겼다. 하하하. 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공항에 도착해서 오클랜드 국내선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주황색이 가득한 이곳, 젯스타 수속하는 곳이었다. 셀프체크인도 가능해서 가방 개수를 입력했더니 바코드가 주우욱 나왔다. 정말 말이 씨가 된다고,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딜레이 되었다고 했다. 이래서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캔슬 아닌 게 어디냐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2시 15분이 출발 예정시간이었는데 3시간이나 딜레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이라도 먹고 나올걸 그랬나. 괜히 허겁지겁 온 것이 아쉬우면서도 예상치 못하게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으면서도, 별 경험을 다 한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애매해서 공항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초밥과 라면을 파는 가게였는데, 신랑은 돈가스 김밥을, 나는 웬 만둣국 같은 그런 걸 시켰다. 맛은 아주 좋았다. 물론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밥을 다 먹고 게이트가 있는 안으로 들어왔는데 텅텅 비어 있었다. 불도 꺼져있고. '뭐지? 비행기가 지연된 걸 알고 사람들이 안 오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해 비행기 도착 30분 전에 열어준다며 기다리던 사람들을 다 내쫓았다. 그래서 우리도 쫓겨 나왔다. 뭐 어쩌겠나. 나가라면 나가야지.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우리처럼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은 공항 바닥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5시에 출발한다던 비행기는 5시에서 5시 10분으로, 5시 10분에서 5시 25분으로, 5시 25분에서 5시 40분으로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다. 결국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군것질을 시작한 우리. 후엔 이것이 저녁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맛있게 먹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5시 40분. "이제 비행기 타나보다! 드디어 들어간다! 우와아!" 이때만 해도 너무 신났다. 그 이후에 또 기다림이 계속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누가 상상을 하겠는가. 비행기를 탔는데.
우와 비행기 탔다 하며 신난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렇게 탑승한 비행기는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출발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인원이 안 맞고 시스템상 오류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았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점점 밖은 어두워지고 지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흐르고, 계속 흐르고 자꾸 흘렀다. 2시 15분 비행기가 지연되고 지연되고 또 지연되더니 결국 7시 1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휴.
오클랜드부터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인데 하는 속상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한 게 어디냐, 하는 생각을 갖기로 했다. 점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습이 우리를 설레게 만들었다.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그 이후 버스 타고 달리고 또 달려서 시내에 내렸는데.... 응? 아무것도 없다. 깜깜하다. 무섭다. 뭐지? 그래도 도착했으니까 사진이라도 찍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럴 땐 함께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낸 우리는 집을 구하기 전까지 지낼 숙소에 도착했다. 비록 늦게 도착해서 눈치 보며 짐 풀고, 눈치 보며 씻고, 둘 다 이층에 올라와있는 신세였지만. 오늘 하루 한 거라고는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지치지? 기분 탓인지 오클랜드보다 더 추운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