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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Oct 20. 2021

서울의 중심에 있는 산

서울 남산

오늘은 다녀온 지 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이다. 봄이 겨울을 조금씩 밀어내는 기미가 보일 때쯤, 나와 짝꿍은 서울 남산에 올랐다. 남산은 케이블카 타고 몇 번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걸어서 올라갔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던 시기에 부족했던 운동도 할 겸, 남산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햐앗트 호텔 앞에서 시작된 남산 오르기는 서울타워를 지나 안중근의사 기념관으로 내려왔다. 이제 어느덧 꽤 시간이 지나버린 그 날의 기억을 써내려가려 한다. 



"저기 남산서울타워 보인다. 꽤 멀어 보이는데?"

"가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걸? 한 번 가보자!" 


우리는 하얏트 호텔 앞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그곳부터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남산 쪽을 바라보니까 남산서울타워가 보였다. 그 거리가 꽤 멀어 보였는데, 짝꿍은 너무 많이 걸어야 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나보다. 그래도 산 속으로 이리저리 길 따라 가다보면 꽤 멀어보이는 거리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짝꿍을 안심시키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길을 나섰다. 


사실 남산은 산이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할 정도로 길이 잘 되어있다.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고, 산책 겸 해서 서울타워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아서 길이 정말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숲 속의 산길은 남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산 속에 있는 등산로라기 보다는 조금 오르막이 있는 산책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어울릴 법 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남산을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보였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곧 높게 솟은 서울타워가 우리 앞에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의 목적지가 손에 잡힐듯이 다가왔다. 우리는 남산서울타워 아래쪽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지나 마지막 언덕을 올랐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도착한 후에 우리는 팔각정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렸다. 길이 잘 되어있고,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니었다고 해도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우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서울을 조망하기 바빴다. 남산에 오른 것이 꽤 오랜만이기도 했고 남산까지 가서 서울을 내려다보지 않고 그냥 내려올 수는 없었다. 


서울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꼽으라면 나는 남산서울타워를 선택한다. 앞선 포스팅에서 글을 쓴 것처럼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몇 군데 다녀오긴 했지만, 남산서울타워만큼 넓은 범위의 서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남쪽으로는 한강과 그 너머 강남 지역이, 북쪽으로는 종로와 그 뒤를 감싸고 있는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 등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동서남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나와 짝꿍은 한강이 흐르는 남쪽 조망보다 여러 산들이 병풍처럼, 수채화처럼 겹쳐져 있는 북쪽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 도심 안에 산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짝꿍에게는 한 도시 안에 이렇게 많은 산이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높은 고층빌딩과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 모습이 짝꿍은 새롭다고 했다. 짝꿍이 짝꿍의 나라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온 길 그대로 내려갈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갈지 고민하다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왕 걸어 올라온 거, 남산의 다른 쪽으로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라온 길 정반대의 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지나고 계단과 내리막을 계속 내려갔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서 안중근의사 기념관에 도착했다. 기념관을 보면서 매우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형태의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 내부까지 들어가 보지는 않았는데, 이곳을 지나면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짝꿍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해줬다. 설명을 들은 짝꿍은 기념관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걸어다닌 우리는 결국 기념관보다 밥을 선택했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안중근의사 기념관도 지났고, 해방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서울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용산2가동 주민센터에서 해방촌으로 들어섰다. 골목골목 옛 주택가 느낌이 물씬 나는 해방촌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에게는 해방촌이 옛 감성이 떠올라서 정겨우면서도 반가운 공간이었는데, 짝꿍에게는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동네와 또 다른 모습을 한 서울의 한 동네였던 것이다. 물론 아파트 단지에서 느껴지지 않는 알지못할 정겨움이 짝꿍에게도 느껴지긴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아파트보다는 주택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해방촌까지 모두 보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산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한 바퀴 돌아 내려왔던 하루였는데, 꽤 많이 걸었던 하루였다. 서로 함께 걸어서인지 집에 오기 전까지는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둘 다 퍼져 버렸다. 그래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하루다. 짝꿍도 그런 것 같다. 짝꿍이 언제부터인가 남산에 다시 가자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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