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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29. 2021

응봉산에서 봄을 맞이하다.

응봉산 개나리

3월 26일 금요일, 나는 짝꿍과 함께 봄을 정식으로 맞이하러 다녀왔다. 올 듯 말 듯 망설이던 봄은 어느덧 겨울을 밀어내고 본인의 자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본인을 환영해달라고 아름다운 봄꽃들을 한아름 들고 찾아왔다. 매화, 산수유를 시작으로 이제는 개나리와 벚꽃까지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리의 봄맞이는 꽃 구경으로 시작한다. 작년에는 산수유를 보러 다녀온 것이 우리의 봄 맞이였는데, 올해는 개나리를 맞이하러 응봉산에 다녀왔다. 서울의 응봉산은 해마다 개나리 축제가 열릴 만큼 개나리 꽃이 유명한 곳이다. 이맘 때 즈음 응봉산 옆을 지나가면 산 전체가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나와 짝꿍은 작년부터 응봉산에 가보자고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는데, 정작 단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다. 사실 나는 개나리가 피어나는 이 시기에 가보고 싶어서 아껴뒀던 것이었는데, 짝꿍은 내가 응봉산에 대해 이야기만 할 뿐, 정작 가보자고는 하지 않으니까 새삼 서운했나 보다. 나는 나름대로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짝꿍의 그 서운한 감정은 개나리와 함께 풀어져 버렸다. 응봉산 초입부터 노랗게 물든 개나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음 속에 있는 번민, 화, 앙금 등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내릴 만큼 개나리는 우리를 반겨주었고, 달래주었다. 가는 길마다 개나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와 눈을 마주치기에 바빴다. 그리고 우리는 개나리와 함께 사진도 많이 찍고, 그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내려왔다. 



응봉산은 개나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강과 그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응봉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약 1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얕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느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것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개나리가 없는 계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응봉산을 찾고, 정상에서 시원한 공기를 한아름 마시고 내려간다. 


응봉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개나리가 가득하지만, 정상에는 오히려 개나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그 위에 차들로 가득한 성수대교와 강변북로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아래에는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렇게 응봉산 정상에서 한참동안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응봉산에서 내려오는 길 역시 개나리로 가득했는데, 벚꽃과 같은 다른 꽃들도 볼 수 있었다. 봄을 맞이하러 찾아갔던 응봉산에서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짝꿍이 그 동안 못 가봐서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다 사라지고, 내가 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렇게 본인이 가자고 했는데도 안가고 버텼는지 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다려줘서, 최고의 순간을 보여줘도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짝꿍의 눈에 비친 한국의 봄은 아름답다. 꽃들이 가득한 한국의 봄은 짝꿍에게 천국이고,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그런 짝꿍의 기억 속에 또 하나의 한국의 봄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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