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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n 01. 2021

서울 속 울창한 작은 숲

샛강문화다리와 샛강생태공원

지나간 가을의 어느 날, 짝꿍과 나는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정작 서울 나들이는 많이 하지 않았기에 평소에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 도심 속, 작은 숲 하나를 만났다. 바로 여의도에 있는 샛강생태공원이다. 



"저 다리 봐바. 멋있는데?"


우리가 샛강생태공원을 가기 얼마 전,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짝꿍이 옆을 보라고 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멋드러진 조형물이 세워진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쉽게 볼 수 없는 디자인 때문에 짝꿍은 이 다리에 관심을 드러냈고 몇 분 후 자연스럽게 그 곳에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주말에 나와 짝꿍은 그 다리 위에 서 있게 되었다. 그 다리가 바로 여의도와 신길역을 이어주는 샛강문화다리이다. 


여의도역 근처에 주차를 하고 샛강문화다리로 올라갔다. 멀리서 보다가 다리 위에 직접 올라서서 바라보니까 조형물이 훨씬 크고 웅장하게 보였다. 우리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손을 잡고 다리 위를 이리저리 거닐었다. 처음에는 다리 위에 높게 솟아 있는 조형물만 바라보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리 한강 너머로 빌딩 숲들이 보이고, 그 곳까지 시선이 닿기 전에 눈의 피로를 날려주는 녹색 한 무더기가 먼저 보인다. 그 녹색 무더기가 샛강생태공원이다. 



다리 위를 거닐던 우리는 다리 중간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우리가 내려다 본 그 곳은 전혀 서울 도심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거진 수풀과 그 사이로 보이는 늪은 사람의 손 때가 많이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같았다. 그 곳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작은 숲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눈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계획한 것처럼 계단을 따라 다리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자 원시림 같은 공간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빌딩 숲 사이에 있었는데 그 사이에 전혀 다른 세상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전혀 서울 도심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샛강생태공원은 정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항상 도심에 있는 공원을 생각하면 조경이 잘 된 나무와 가지런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공원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 공원들도 녹색 공간이고 우리에게 쉼터를 마련해 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때로는 그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지만 산을 오르지 않는 이상 서울 안에서는 그런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주는 공간이 이 곳, 샛강생태공원이었다. 분명히 일부러 조성하고 만들어 놓은 공원이긴 하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사람의 손 때가 많이 타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들이 서로 뒤엉키고, 늪 위로 쓰러진 나무들, 산책로까지 침범하려는 듯한 나뭇가지들, 그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등. 마치 울창한 숲 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나와 짝꿍은 샛강생태공원을 따라 걷다가 여의도 쪽으로 빠져나왔다. 짝꿍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서울에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 많지만,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짝꿍은 '정돈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이 곳을 묘사하는 최적의 단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돈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삭막한 빌딩 숲 가득한 서울에서 살면서 문득 이런 공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이제는 어디로 와야 하는지 알게돼서 기분이 좋았다. 짝꿍과 함께 이 곳을 찾는 날이 꽤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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