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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들의 온천휴양지

바스(Bath)

by 방랑곰

영국 남부 해안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는 조금씩 위로 올라가면서 내가 여행하고 경험했던 영국의 동네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할 영국의 동네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 남짓 떨어져있는 곳,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바스(Bat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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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국에서 머무는 동안 바스는 3~4번 정도 다녀왔다. 혼자도 가보고, 친구들이랑도 가보고, 짝꿍이랑도 가봤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면 감흥이 없어지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갈 때마다 새로웠다. 첫 번째 갔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번 다녀온 바스이지만 누군가 바스를 가자고 제안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항상 함께 다녀왔다. 그렇게 바스에 대한 나의 기억은 여러 개가 중첩되어 차곡 쌓여있다.


바스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이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스가 영국에서 손에 꼽히는 역사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바스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영국의 역사를 잘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바스에 가면 영국의 오랜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있어서, 그 흔적들을 찾아 과거의 영국을 가만히 상상해 보는 것도 바스를 여행하는 하나의 재미가 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와 별개로, 바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스에서는 역사적인 면 뿐만 아니라, 지금 영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12월에 바스를 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 바스에서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이 마켓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바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꽤 유명한 편이다. 이처럼 바스는 역사라는 무대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고, 그 무대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을 아우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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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를 여행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어디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사람들은 로만 바스(Roman Bath)를 떠올릴 것이다. 로만 바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고, 바스가 역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유적지이다.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로만 바스는 1세기에 만들어진 고대 로마시대의 공중 목욕탕이다. 이 로마 시대의 유적지는 지금까지도 보존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그 당시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로만 바스에 들어가보면 아직까지도 온천물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층에서 시작한 관람은 박물관을 지나면 1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1층에서는 온천물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여전히 온천수가 나오는지 물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물이 얼마나 따뜻한지는 미처 알 수 없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 이곳 바스에서 온천을 즐기면서 휴양했을 상상을 해봤는데, 그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고대 로마인들은 항상 갑옷을 입고 있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으로 떠오르는데 그들이 이곳에서 온천을 어떤 모습을 즐겼을지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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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바스를 나와서 바스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바스를 휘감아 도는 아본 강(River Avon)을 따라 걷다가 흥미로운 설비를 발견했다. 바스의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진 풀테니 다리(Pulteney Bridge)를 보러 갔는데, 그 앞에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아본 강이 있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모습에 일단 눈길이 사로잡혔다. 그리고 계단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강물이 만들어내는 하얀 물거품이 문득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바로 뒤에 있는 풀테니 다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본 강을 따라 걷다가 바스의 넓은 잔디밭을 보러 갔다. 바로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인데, 원형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감싸고 있는 잔디밭이 정말 인상적인 장소였다. 크레센트(Crescent)는 초승달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건물이 초승달처럼 원형으로 휘어져있었다. 그 건물의 용도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지도로 찾아보니까 호텔이라고 한다. 건물 전체가 호텔인지, 아니면 일부만 호텔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곳에서 머물러 보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곳이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의 촬영 장소로 알려져있다. 이 드라마가 특히 영국에서 크게 흥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요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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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짝꿍과 함께 바스를 찾았을 때는 차를 렌트해서 다녀왔다. 그래서 이전에 미처 가보지 못했던 장소를 가볼 수 있었는데, 바로 바스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이었다. 바스 시내에서 아본 강을 건너가면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이 위트콤 힐(Widcombe Hill) 도로이다. 이 길가에 차를 대고 바로 옆에 있는 잔디밭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이 바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따로 전망대라고 지정해 두지는 않았는데 그 공원을 걷다 보면 바스가 잘 보이는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이 바스 전망대이다.


지도를 찾아보니까 바스 스카이라인(Bath Skyline)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이곳이 내가 갔었던 장소인 듯 하다. 이곳에서 바스를 내려다보면 언덕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바스 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 특유의 오래된 건축양식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 중에서도 높게 솟아올라 있는 바스 수도원(Bath Abbey)이 보였다.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수도원의 건물이 유난히 더 높고 웅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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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바스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이고, 나도 여러번 다녀온 곳이라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많았다. 사실 바스에 대한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서 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조금 길어지더라도 한 편으로 끝내고 싶었다. 바스 말고도 영국에 있는 많은 동네를 얼른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국의 동네이야기, 바스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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