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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녀작가 Dec 11. 2023

간헐적 단식

엄마작가

 오늘은 한 끼만 먹었다. 내일 점심때까지 물만 마실 생각이다. 24시간 단식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20시간이 넘으면 약간 배고픔을 느낀다. 그럴 때는 물을 마시면 괜찮아진다. ‘물은 마음에도 좋을 수 있어.’라고 말한 어린 왕자처럼 나도 물을 마시며 몸과 마음을 달랜다.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약을 달고 살았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코감기와 목감기가 번갈아 가며 재발해서 약을 4개월간 먹었다. 너무 오래 약을 먹는 것 같아 멈췄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체중은 늘었지만, 체력은 바닥이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피곤했다. 피곤하면 또 감기에 걸릴까, 겁이 났다. 그래서 몸에 좋은 영양제를 열심히 먹었다. 영양제 덕분에 식욕은 왕성해서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고 간식까지 먹었다. 잘 먹으면 체력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체중만 늘어났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은 하지 않고 먹는 거로 해결하려고 한 잔꾀가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소화불량과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다녔다. 편의점에서 파는 소화제를 한 번에 세 병을 마셔야만 조금 나아졌다. 예전에는 두 병이면 괜찮았는데 지금은 세 병을 마셔도 편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력이 떨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마침 지인이 간헐적 단식을 알려주었다. 지인이 보내준 유튜브를 보니 단식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식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나도 건강을 위해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단식하기 전에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밀가루였다. 나는 면을 정말 좋아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젤 좋아한다. 둘째 임신했을 때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들이 아토피인 것 같아 미안할 정도였다. 텔레비전에서 유재석이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왠지 라면이 나쁜 음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라면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간헐적 단식은 시작도 못 할 것 같았다. 


  하루를 망설이다 소화제를 물처럼 마시면서 결심했다. 좋아하는 라면을 포기하고 건강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유튜브에서 말한 대로 밀가루, 설탕, 기름, 튀김 네 가지를 먹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몰라도 집에서는 최대한 피하기로 했다. 시작 첫날에는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었다. 저녁 이후에는 물만 마셨다. 다음 날 점심 먹기 전까지 18시간 공복을 유지하기 위해 저녁은 6시 30분에는 끝냈다. 그래야만 점심을 12시 반에는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식하기 전에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아침에 수업이 있을 때 밥 안 먹고 말을 많이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예전에는 한 끼를 굶으면 손이 떨렸다. 그런데 그건 내 몸이 말하는 가짜 허기 증상이라는 것이다. 물을 마시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을 달리하니 몸도 달라졌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하루에 두 끼를 먹고 공복시간을 길게 하니 체력이 좋아졌다. 집에서 하는 가벼운 운동에도 지치지 않았다. 움직이면 피곤해서 낮잠을 자던 습관이 사라졌다. 움직여도 피곤하지 않았다. 밥보다 채소를 많이 먹으니, 포만감도 있고 속도 편했다. 18시간 만에 먹는 점심은 뭘 먹어도 맛있었다. 음식 자체가 고맙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예전에는 음식을 해준 사람이 고마웠고 먹을 수 있는 상황이 고마웠다면 지금은 음식 그 자체가 고마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먹는 음식 재료도 한땐 살아있던 존재였다는 것, 그런 생명이 나를 위해 희생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니 허투루 먹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할수록 감사하는 마음이 더 생긴다. 왠지 순한 생명을 먹은 내가 순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24시간 공복을 마무리하면서 물을 마신다. 식탁에 채소를 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는다. 누군가가 정성껏 키운 순한 생명을 고마운 마음으로 먹으니,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돈다. 간헐적 단식 덕분에 마음으로 밥을 먹을수록 있게 되어 기쁘다. 시작한 지 삼 개월 만에 칠 킬로 감량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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