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 은 May 26. 2024

서툴러서 그래

버거운 하루에,

마음을 비워둔 채 세상을 살아간다. 깊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기에 애초에 이해를 포기한다. 그저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넘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이 버거운 하루들을 견뎌내는 방법인 듯싶다.


뭐가 그리도 버거운데?라는 질문엔 그저 살아가는 이유들을 견뎌내는 그 자체가 힘겹다. 안정적인 생활과 여유로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노력하고, 하기 싫은 것들을 해내야만 하는 채로 그렇게 언제인지 모를 끝을 향해 걸어내야만 한다.


세상에 태어났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릴 수 있으나, 때때로 그것마저 벅찰 때가 있다. 우린 무수한 불행을 견뎌낸 후에야 짧디 짧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 찰나의 행복을 위해 책상 앞에 혹은 컴퓨터 앞에 혹은 증오하는 사람 앞에 우린 오늘도 열심히 미간을 펴기 위해 애쓴다.


처음 살아가보는 인생에 버겁다 느낄 때가 많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기에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라며 오늘을 살아가보지만,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삶을 좀 더 가볍게 바라보려 노력하는 중에 있다. 누구나 서툰 삶을 살고 있다. 실수도 하고, 무수히 넘어지며 살아간다.


학창 시절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친구는 내게 "누구나 실수하면서 살아."라고 말해주었다. 그 당시엔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던지, 삽시간에 마음이 편해졌다.


받아들이면 편하다. 난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난 여전히 서툰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은 무거운 생각과 걱정을 내려둘 필요가 있다.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돈을 증오한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증오스러웠다. 어떻게든 좋은 곳에 취직하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인생에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또한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돈을 핑계로 내가 해내야만 하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서투른 내 행동이 가져오는 수많은 결과들에 난 책임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날들이었다. 작은 실수에도 어떻게든 합당한 이유를 찾기 위해 애썼고, 나의 행동으로 만들어낸 '오늘'을 애써 부정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부끄러웠다.


나의 모든 부끄러운 감정에 핑계들을 찾기 시작했고, 점점 더 나를 드러내기 부끄러워졌던 것 같다.


모두가 살아가는 오늘을 유난히 버거워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가 버거운 하루들을 오늘도 견디며 살아가는 중일 것이다. 좀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그럼에도 앞으로 펼쳐져있는 오늘들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그렇게 이겨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일일 것이다.


그러니, 서툴러도 괜찮다. 누구나 서툰 하루들을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중일테니.


서툰 나를 너무 미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괜찮다 말해주며 오늘도 이겨내길




이전 02화 가끔 우울해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