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대로라는 점일 것이다.
힘들고 지친 순간이 가득한 새벽이 찾아오면, 창문을 열거나 밖을 나서곤 했다. 새벽이 주는 고요함과 약간의 쓸쓸함이 좋았다. 그 시간을 거닐고 있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이 내겐 위로가 되었다.
어떤 삶이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모습이든, 그 고요하고 쓸쓸한 공간에서만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나를 비추는 모든 것들이 내게 괜찮다 말하는 듯했다.
삶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성공한 삶을 살고 싶었고, 내가 사는 삶이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길 바랐다. 이러한 생각은 내 걸음들을 수백번 멈추게 만들었다. 무언가에 압도 당하는 그 느낌이 싫었다. 그저 평온한 하루들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씩 많은 것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누군가는 삶을 대하는 나의 방식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20대에 왜 벌써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20대 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가장 불안정하고, 미숙한 상태에 놓인 20대는 삶에 지치기 쉬운 것 같다. 불안을 이겨내는 법도, 절망을 툭툭 털고 일어나는 법도, 슬픔을 무던하게 마주하는 법도 여전히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기에, 모든 것이 그렇듯 결과를 마주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지치는 순간들이 많고 그렇게 성장해 나간다.
어떻게든 나의 평안을 최우선으로 두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저 태어난 순간부터 죽기 전까지의 삶이 내게 있어서 버겁지 않길 바랐다. 우울한 순간이 찾아오는 날엔 가끔 그때의 새벽을 생각하곤 한다. 내가 바라봤던 그 시간은 여전히 내게 괜찮다 말해줄 것만 같아서, 여전히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아서.
시간은 흐르는 것과 동시에 우릴 기다려주기도 한다. 우리가 불안에서 헤어나올 때까지, 절망에서 벗어날 때까지, 슬픔에서 멀어질 때까지. 그 시간은 마치 멈춘 것 같아서 변하는 것은 내 감정 뿐이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내가 이겨낼 때까지 조용히 숨죽이며 나를 기다려준다.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식물이 될 수도 있으며, 그저 방이라는 공간 조차도 나를 기다리는 주변에 포함된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그 기다림 속에서 조금은 덜 외로이 지친 과정을 오늘도 이겨내는 것이다.
오랜 기간이 걸려도 괜찮다. 어떤 감정이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무언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고, 당신은 머지않아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