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작다 말할 수 없는 것을,
꽤 오래 뵙지 못했던 분을 뵌 날, 반가운 마음과 함께 건넨 인사에 "넌 항상 밝구나" 라며 웃어주셨다.
생각해 보면 참 오랜만에 듣는 얘기였다.
방황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던 시기들을 지나면서 점차 어딘가 어두운 사람이 되어갔던 것 같다. 나의 생각과 감정에 지치던 때마저 지나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 그런 일상에서 조금씩 행복한 순간을 행복하다 말할 수 있게 됐을 무렵, 그러나 아직 '밝은'이란 단어가 어색하던 무렵, 나의 기분을 궁금해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저 우울한 날과 우울하지 않은 날의 반복이 전부였던 하루들이 있었다. 비관적인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꽤나 평화로운 상태였다. 우울한 날보단 우울하지 않은 날이 많았고, 사건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딱히 무언가에 흔들릴 일도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재밌지도 않았다.
나조차도 나의 감정에 무심해지던 때,
'오늘은 기분 어때?'라는 물음은 나의 흑색 사진이 색으로 물드는 느낌이었다. 굳이 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감정을 오랜만에 들여다보게 된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은 나의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별 거 아닌 일상이, 누군가와 나누면서 특별한 일상이 되고, 어쩌면 힘들었을 하루에도 결국엔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조금씩 잃었던 색을 찾아가게 된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아주 사소한 것들이 그 사람 눈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굳이 보려 하지 않던 색들을 보려 나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곤 한다.
때때로 그 사람이 주는 온기가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잠깐 걸음을 멈춰 노란색 꽃을 바라보는 그 순간과, 그 순간을 나눠주고 싶어 하는 오늘이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어릴 땐 늘 듣곤 했던 '밝다'라는 말을 오랜만에 듣게 되었을 때 기분이 묘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턴 나 스스로도 내가 밝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밝지 않은 사람인게 아니라, 밝지 못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어제보단 좀 더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가끔 찾아오는 언젠가라는 두려움은 언젠가의 나에게 맡겨두려 노력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는 통제할 수 없고, 오늘은 통제할 수 있으니 변할 수 없는 것에 시간을 쏟기보다 변할 수 있는 것에 보다 많은 시간을 쏟으려 한다.
예전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결국은 '나'이기에 부정하려 하기보다 그저 받아들인 채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내가 해야 되는 일인 것 같다. 또다시 힘든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고, 잠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지나갈 일임을 알기에, 너무 두려워하지도, 아파하지도 않은 나로 견디려 한다.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충분할 수 있도록,
문득 쳐다본 노란 꽃을 보며 예쁘다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리고 만들어 나갈 순간들을 잃고 싶지 않기에 마음 깊이 간직하려 한다.
당신의 일상 곳곳에 담겨있는 수많은 색들은 결코 바래지지 않으니 언젠가, 굳이 보려 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애쓰는 때가 온다면 멀리서나마 온 맘 다해 응원한다.
예쁜 것을 예쁘다 말할 수 있는 본인이라면 당신의 일상은 순식간에 아름다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