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색 사이, 그 아래에 앉아
어떤 날엔 이런 모습, 어떤 날엔 저런 모습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내가 싫었던 적이 있었다. 실수투성이로 하루를 살아내거나, 누군가에게 실망만 가득 시켜주는 사람으로 하루를 살아내거나, 하루를 우울로 가득 채우며 살아내는 내가,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지곤 했다.
매일 같은 말을 수백, 수천번 써 내려가면서도 도통 비워내질 못하는 내 못난 응어리진 마음에게 조차도 괜히 밉게 느껴지던 나날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나로서 충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스스로 행복하다 말하면서 살 수 있을까'
때론 자격지심이 가득하기도 하고, 열등감이 가득하기도 하며 이를 연료 삼아 열심히 살기도 하고, 한껏 풀이 죽어 한순간에 나태한 사람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때가 오면 어김없이 메모장을 켜 글을 써 내려가곤 한다.
비교하지 않기 위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그저 나라는 사람을 좀 더 돌보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정돈되지 않은 글들을 수도 없이 써 내려간다.
어쩌면 같은 내용의 글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순간엔 깨달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이유로 절망하고 있기도 하기에 그렇게 또다시 다잡아가는 말을 쏟아내곤 한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내 수많은 반복을 잠시 멈출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도 괜찮지 않나?'
어떤 하루를 보냈든 간에, 그런 나라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그런 하루를 살아낸 것도 나이니까. 그런 하루들이 모여, 좀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있는 과정일 테니까.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다. 우울한 하루를 보낸 나라도, 열등감 가득한 하루를 보낸 나라도, 실수 가득한 하루를 보낸 나라도, 그럼에도 괜찮다고.
우린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가다, 주어진 고난을 맞이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 또다시 걸어낼 테니까.
작은 일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마음을 쏟지 않길 바란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인생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향해 너무 벅찬 마음을 짊어지고 버거운 걸음을 걸어내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즐거웠으면 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온 맘으로 감사하고, 충분한 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그럼에도 괜찮은 사람으로,
그럼에도 괜찮은 하루를,
오늘도 살아내길 바란다.
연재를 했던 약 10주라는 시간 동안 어쩌면 나는 늘 같은 말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고,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나에게 수백 번이고, 수천번이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진부할지도 모르는 내용이 가득 담긴 이 10편의 글을 보내며 마무리하려 한다.
하루의 의미조차 내겐 의미 없었던 그런 때는 지났고,
노란색 꽃을 보며 예쁘다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다가올 오늘을 기대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할 어느 날의 '오늘'을 향해
나는 오늘도, 그럼에도 괜찮은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