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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은 Jul 07. 2024

지나갈 일에 대하여

마음을 비우는 일

결국엔 지나갈 것들임을 앎에도, 순간마다 주저앉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인 듯싶었다. 


누군가는 충분히 주저앉아 있어도 괜찮다 하지만, 누군가는 멈추지 말고 그럼에도 달리라 말한다. 

어느 것이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은, 품는 것조차 도움이 되진 않았다.


누군가에겐 후자가 필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전자가 필요하듯이 우린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실상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그 안에서 우린 그저 오늘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옳은 삶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보단 그때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복잡한 세상을 조금은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결과가 어떨진 몰라도 곧 내게 닥쳐올 그 일은 늘 그래왔듯 잘 흘려보낼 것이고, 잠깐 주저앉았다가 다시 다음을 위한 발자국을 내딛고 일어설 것임은 아마도 변함없을 것이다.


늘 정답은 알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누군가가 하는 말이 정답일 때도 있을 것이고, 혹은 최악의 선택을 강요하는 말일 수도 있다. 또한, 최악의 말이라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깨달을지도 모른다. 


먼저 길을 걸어본 자들의 말은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크게 와닿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린 넘어지지 않길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은 알지 못한 채 넘어지고, 다치고, 아파하며 힘겨워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린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하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은 겉보기엔 화려하나 그 뿌리는 너무나도 연약하여 위태롭고, 본인에게 아낌없이 물을 주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스스로 자라는 법을 몰라 순식간에 말라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또한 알 수 없어지게 된다.


아빠는 늘 내게 말했다.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아, 내 인생은 내 거고, 네 인생은 네 거야." 


그래서 찾기 위해 애썼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인생이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살고 싶은 하루가 어떤 건지.


그렇게 도전했고, 실패했고, 후회했고, 다시 일어나길 반복한다. 그때의 난, 그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넘어지고, 다치고, 울고를 반복했고, 지금의 난, 지금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하루를 찾기 위해 또 아픔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적어도 그 뿌리는 단단할 것이고, 내가 행복한 만큼 자라난 잎이 나를 심어준 이에겐 평생의 그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내게 물을 주는 이에게 부탁할 것은, 아프고 힘든 순간이 오면 그저 내가 기댈 수 있는 존재로만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당신이 걸었던 인생에서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환상을 내게 심어주려 하지도 말고, 당신이 걸었던 인생에서의 정답을 내게 강요하려 하지도 말고 그저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을 씌워주고, 다치고 온 날엔 약을 발라줄 수 있는 사람으로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다시 밖을 나설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두려움 가득한 일들은 곧 지나갈 일들이다. 그리고 그 지나갈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조금은 마음을 비운 채 살아가는 게 어떨까 싶다. 정답이 무엇인지에 갇혀 그 어떤 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보다 어떤 길이든 일단 가보는 게 좋으니 말이다. 그 어떤 것이든 내 뿌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임은 틀림없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엔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살아가다]


미래를 위한 평안함을 위해 

힘겨운 숨을 불어넣는 그대들도,


오늘을 위한 평안함을 위해 

고달픈 숨을 불어넣는 그대들도,


모두, 숨 쉬시라. 쉬고, 또 내쉬면서 

그렇게 오늘도 숨 쉬시라.


그 숨이 얼마나 안타까운지는 

내가 알아줄 테니


부디, 숨 쉬시라.


- 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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