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혁H Sep 15. 2021

만월

21.08.26.


달이 스르륵 차고 기운다

마지막 달력의 장을 넘겼다


남아있을 만월들의 횟수를

곰곰히 셈했던게 언제던가


보름달이 가을에 닿을 즈음

펼쳐보리라던 바람은

아직 땅거미에 접혀있다


결국 스치지 못한 산들바람

거뭇한 구름만 어루만져준다


달무리를 따라 회상도 물든다

어슴푸레 감도는 크림빛 너울이

처연한 우리네 그을림이다


자주 흥얼대던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밤을 읊는 가락에 귀 기울여본다

가득찬 원으로 어둔 속내가 환해진다


달이 저만치 기울고

 다시 소복히 차오른다

마지막 달에 접어든다는 뜻이다


반틈이 동그라미로 부풀어가면

아쉬운 행복이 곧 비칠 것이다

이 달빛을 그래도 찬미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진 만큼 쌓여간다 : 손목시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