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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파리 Aug 25. 2020

07. 롱샹성당

-르 코르뷔지에-

"이 수도원은··· 사랑의 작품이다. 겉으로 뽐내지 않으며—그 생명은 내부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



롱샹성당을 방문하였다. 이곳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1950년 쿠튀리에(Marie Alain Couturier, 1867~1954) 신부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를 찾아간다. 


“예배당을 지어달라!” 사실 이곳에는 15세기부터 지어진 성당이 있었는데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2차 세계대전 때 다시 무너진다. 이에 쿠튀리에 신부가 코르뷔지에게 몇 가지 조건만 지킨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성당을 다시 지어달라 한다. 


그렇게 코르뷔지에는 건축이 아닌 예술 그 자체로 예배당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껏 프랑스에서 보아왔던 성당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전통적인 교회와 건물 방식이었던 좌우 대칭과 뾰족한 건물 양식을 모두 없애버린 파격적인 건축이었다. 입구에서 책을 하나 샀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성당의 네 방향을 향하여 묵시적으로 신의 음성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외부도 아름답지만 내부는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창문의 각각의 크기가 달랐는데 그 다른 창문 구멍에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이 성당 안 전체를 비추었다.


      두꺼운 벽이 만든 어둠을 뚫고 떨어지는 빛들을 보아라.



인간이 만들어낸 조명으로 예배당을 안을 밝히는 지금의 교회가 아닌, 마치 계시의 빛이 우리 인간을 살리고 밝히듯 온전히 자연의 빛으로만 예배당 안을 환하게 한다.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돈으로 환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의 교회 건물들과는 달리 공간 그 자체로 영감이었다. 


이곳으로 빛이 들어오는데, 이 밑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으니 마치 신의 목소리가 이곳에 들려올 것만 같은 감동이 있었다. 내부는 전부 차가운 돌로 되어 있었지만 적절한 빛과 어두움의 조화로 인해 돌에서 차가운 느낌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껏 종교의 욕망으로 사로잡힌 자들이 모인 곳에서 외쳐대는 거짓 자유가 아닌, 태초의 혼돈 속에 들이닥친 진짜 자유의 질서를 보았다. 


롱샹성당의 설계를 부탁했던 쿠튀리에 신부는 이후 또 한 번 르 코르뷔지에를 찾아가 라 투레트 수도원(Saint Marie de La Tourette)의 설계를 의뢰했다고 한다. 


“조용하며,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수도원을 만들어주세요.” 쿠튀리에, 신부




르 코르뷔지에는 사실 미친 노인네다. 왜냐하면 그의 질투와 당시의 건축계에 만연했던 남성우월주의로 인해 탁월한 여성 건축가였던 아일린 그레이의 걸작 ‘E.1027’이 건축사에서 사라질 뻔한 위험에 처했었기 때문이다. 

‘E.1027’는 아일랜드의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이자 선구적 여성 건축가인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1878~1976)가 1926년부터 1929년 사이에 그녀의 애인 장 바도비치(Jean Badovici)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자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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