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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애리
Dec 14. 2020
엄마와 홍시
5.엄마의 마음
여
느 엄마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
엄마도
서울에 있는
딸네 집으로
매달 택배를 보내는 게 일이었다.
택배 보내는 일
이
녹록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버스로 네 정류장.
엄마는
매번
상자를 끈으로 묶어
어깨에 메고
동네
우편취급국이 아닌 제주
우체국
까지
가서 당일 택배로
보
내왔
던
것이
다.
그게 뭐라고
.
진작 알았으면 못하게 했을 텐데 뒤늦게 후회다.
엄마는
매번 사과박스에 미니 된장, 고추장 그리고 각종 반찬을 소분해서 차곡차곡 테트리스처럼 잘도 넣었다.
전부 뺐다가 다시 넣으려고
하
면 못 넣을 정도로 가득,
항상 택배는
엄마의 마음
처럼
차고
넘치도록
배
달
되었다
.
어느 가을,
엄마
택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엘리베이터
가
내려오는 것
도
못 참고 두 계단 씩 뛰어 집으로 올라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오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보낸 택배가 온다는데도 뭐가 그리 신이 났을까.
겨울
이
오기 전,
두꺼운 옷과 이불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참이었다.
이게 뭐야.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폭신한 이불이 아닌 정체모를 주황색 끈적이는 액체가 나를 반겼다.
잘 익은 홍시 감 여섯 개.
상자 맨 위에는 작은 스티로폼에 곱게 쌓인
홍시
가
들어 있던 것이었다. 물론 반은 터져서 주황색 액체 괴물이 돼버렸지만...
“엄마, 홍시는 왜 보냈어. 서울에도 과일 다 팔아.”
“너 좋아하잖아. 터지지 않게 잘 포장한다고 했는데... 까진 건 없었어?”
“아니. 괜찮아. 잘 먹을게.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런 거 보내지 마.”
내 월급에 과일이나 제대로 사 먹겠냐며 엄마는 홍시까지 사서 보냈다.
겨울 이불 위로 주황색 액체 괴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나는 엄마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정성스레 홍시 감을 포장했을 엄마의 투박한 손이 생각 나서였을까.
허허- 요즘은 '눈물 젖은 빵'에서 '눈물 젖은 홍시 감'으로 시대가 바뀌었나 보다.
폭신한 이불에서 섬유유연제 향 대신 달짝지근한 홍시 냄새가 났다.
그 뒤로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홍시를 볼 때마다
가끔 떠올린다.
엄마가 보내준 홍시의 달큼한 냄새
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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