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애리 Dec 14. 2020

엄마와 홍시

5.엄마의 마음



느 엄마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 엄마도 서울에 있는 딸네 집으로 매달 택배를 보내는 게 일이었다.

택배 보내는 일 녹록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버스로 네 정류장. 엄마는 매번 상자를 끈으로 묶어 어깨에 메고 동네 우편취급국이 아닌 제주우체국까지 가서 당일 택배로 내왔 것이다.

그게 뭐라고. 진작 알았으면 못하게 했을 텐데 뒤늦게 후회다.


엄마는 매번 사과박스에 미니 된장, 고추장 그리고 각종 반찬을 소분해서 차곡차곡 테트리스처럼 잘도 넣었다.

전부 뺐다가 다시 넣으려고 면 못 넣을 정도로 가득, 항상 택배는 엄마의 마음처럼 차고 넘치도록  되었다.       



어느 가을, 엄마 택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엘리베이터내려오는 것 못 참고 두 계단 씩 뛰어 집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오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보낸 택배가 온다는데도 뭐가 그리 신이 났을까.

겨울오기 전, 두꺼운 옷과 이불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참이었다.  


이게 뭐야.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폭신한 이불이 아닌 정체모를 주황색 끈적이는 액체가 나를 반겼다.      

잘 익은 홍시 감 여섯 개.  

상자 맨 위에는 작은 스티로폼에 곱게 쌓인 홍시

들어 있던 것이었다. 물론 반은 터져서 주황색 액체 괴물이 돼버렸지만...  


“엄마, 홍시는 왜 보냈어. 서울에도 과일 다 팔아.”

“너 좋아하잖아. 터지지 않게 잘 포장한다고 했는데... 까진 건 없었어?”

“아니. 괜찮아. 잘 먹을게.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런 거 보내지 마.”

내 월급에 과일이나 제대로 사 먹겠냐며 엄마는 홍시까지 사서 보냈다.  


겨울 이불 위로 주황색 액체 괴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나는 엄마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정성스레 홍시 감을 포장했을 엄마의 투박한 손이 생각 나서였을까.  

허허- 요즘은 '눈물 젖은 빵'에서 '눈물 젖은 홍시 감'으로 시대가 바뀌었나 보다.

폭신한 이불에서 섬유유연제 향 대신 달짝지근한 홍시 냄새가 났다.


그 뒤로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홍시를 볼 때마다

가끔 떠올린다.

엄마가 보내준 홍시의 달큼한 냄새.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