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中訪友人不遇(설중방우인불우)
| 눈 속에 벗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 李奎報(이규보, 1168~1241)
雪色白於紙(설색백어지)
擧鞭書姓字(거편서성자)
莫敎風掃地(막교풍소지)
好待主人至(호대주인지)
| 눈 빛이 종이보다 더 희기에
| 막대 들어 내 이름 써놓았지
| 바람 불어와 땅 쓸지 말거라
|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이규보는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고려 시대에 명문장가이자 문신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성품과 시풍이 모두 호탕하며 활달하여 당대를 풍미했다. 현대 서양 서사시의 대표적인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면, 우리나라에서 이에 필적할 만한 작품으로는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編)》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고구려 시조인 동명성왕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인데, 오언절구로 282구, 그러니까 4천 자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작품인 대서사이다. 과거에는 《동명왕편》을 읽고 싶어도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서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했으나, 이제는 한글로 모두 번역이 되어 있어서 한번 일독하실 것을 권한다.
꽃잎 흩날리고,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낙엽 지며, 눈 내리면 어딘지 감상에 빠진다. 먼 데 사람 그리운 이의 얼굴. . . 혹 그 사람 지금도 날 잊지 않고 있을까. . .
특히 눈 내리는 날에는 먼 데 소식이 더욱 그리워진다. 소복소복 내리는 눈 밟고 오실지도 모를 그 사람. 잠 못 이루는 긴긴 겨울밤엔 왜 그다지도 가슴이 아리는 것일까? 어느 날 매정하게 돌아서서 저벅저벅 걸어가신 그 사람. 야속하다 못 해 가슴이 아린 그 사람. 혹 이번 겨울엔 눈길 밟고 돌아와서 후회한다고 말하지는 않을까. . .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 생각에 잠시 가슴이 벅차지만. . . 곧 이어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맺힌 이슬을 고운 아미로 훔쳐내어 한숨과 함께 먼먼 기억 속으로 흘려보내는 그 마음.
이 겨울, 눈 내리는 밤, 마음은 그렇게 아파 가기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