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pixabay.com
지구의 인류에게 또 한 해가 선물로 주어졌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저 먼 명왕성에서 메시지를 전해 왔다. 내용은 간단하다. 딱 두 문장.
반갑습니다.
새해에는 ‘싸우지’ 맙시다.
새해 메시지는 덕담 같은 것이어서 주로 긍정적인 표현을 쓰는데 명왕성에서는 부정문을 사용했다. 경우를 모르는 처사라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오죽했으면 그렇겠나 하는 마음이 든다.
‘오죽했으면’의 오죽. 오죽은 원래는 대나무, 그중에서도 검은 대나무를 말한다. 오죽(烏竹), 즉 까마귀 오(烏)를 쓰는 것이다. 오죽도 처음에는 여느 대나무처럼 푸른색으로 시작하나, 자라면서 검게 변하게 된다. 강원도 강릉의 오죽헌(烏竹軒) 근방에도 오죽이 무성히 자라고 있다. 그럼 ‘오죽했으면’의 오죽이 그 오죽이냐? 물론 이 말이 우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여기에서 오죽은 영어로 말하면 even, 즉 ‘하물며’라는 의미이겠다.
그러함에도 이 글에서 말장난 비슷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다. 명왕성한테까지도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우리 지구인의 처지가 말이다.
A Psalm of Life | 삶의 예찬
헨리 롱펠로(Henry Longfellow)
| 1807~82, 75세에 타계
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
“Life is but an empty dream!”
For the soul is dead that slumbers,
And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 슬픈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 ‘인생은 한낱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 잠 자 는 영 혼 은 죽 은 것 이 어 늘
| 만물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또다시 이런 말이 나올 법하다. 아니, 명왕성에 누가 살기라도 한다는 거요? 허 참, 맞다. 그곳은 버려진 별, 생명체가 살 리가 없다. 현재 지구인의 제한적인 지식 범위 내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브런치 Rudolf 작가의 장편소설 《삼층버스 명왕성에 가다》에 의하면 그곳에는 (멀고 먼 미래에 과거를 돌아다보며 한 회상에 의하면) 한때 큰 왕국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태양계 행성연합의 횡포에 저항하다 패망하는 바람에 버려진 별의 신세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믿거나 말거나로 치부하면 안 된다. 이 우주에는 인간의 사고방식 밖의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현재의 지극히 제한적인 지식으로 명왕성에서 메시지가 온 것이 진실이네 아니네 하고 논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 필자의 확고한 생각이다.
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태산불사토양 고능성기대
河海不辭細流 故能就其深
하해불사세류 고능취기심
| 태산은 어떠한 흙도 마다하지 않아서
거대한 산을 이루고
| 강과 바다는 시냇물도 마다하지 않아
속깊은 물을 이룬다
《사기(史記)》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나오는 고사(故事)로, 진(秦)나라 승상인 이사(李斯)가 왕인 영(嬴)에게 진언한 말. 영은 나중에 진시황이 된다. [승상(丞相)은 조선의 영의정에 해당]
어떻든 지구인이 싸운다는 것은 명왕성에까지도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 된 모양이다. 한마디로 지구인은 우주의 문제아가 된 셈이다. 정말로 ‘오죽’하면 버려진 별 명왕성에서까지 지구인들이 늘 쌈박질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을까.
잠깐, 여기에서 싸움에 대해 어문학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싸움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다툼, 쌈박질, 쌈, 사홈, 싸홈, 싸호, 맞장'으로도 표현된다. 한자어로는 교극(交戟), 융(戎), 쟁(爭) 등이 되겠다. 흔히 폭력영화에서 ‘다이 붙는다’고 하는 ‘다이’는 무슨 뜻일까? 이는 아마도 일본어에서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즉 대등하다는 뜻의 ‘対対(たいたい, 다이타이)’에서 잘못 유래된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이상 시인의 〈오감도(烏瞰圖) 시제(詩題) 3호〉에서는 싸움을 다음과 같이 ‘싸홈’으로 표현했다.
싸홈하는사람은즉
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고또
싸홈하는사람은
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엇기도하니까
싸홈하는사람이
싸홈하는구경을하고십거든
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
싸홈하는것을구경하든지
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
싸홈하는구경을하든지
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나
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
싸홈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얏으면그만이다
그러나 현대어든 일제감점기 용어든 그것을 따지는 것은 이 글의 의도와는 관계없어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다만 한 가지만 설명하면, 〈오감도(烏瞰圖)〉는 총 15편의 연작시(連作詩)로 되어 있으며 8호, 9호, 10호에만 각각 ‘해부(解剖), 총구(銃口), 나비’라는 부제가 붙고, 나머지 12편에는 아무런 부제 없이 번호만 붙어 있을 뿐이다. (아무튼 난해한 시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아이고, 너무 멀리 왔다. 이제 다시 명왕성 메시지로 돌아가야겠다. 명왕성에서 누가 어떻게 이 메시지를 보내왔는지는 여기에서 논외로 하겠다. 또한 좋은 말도 많은데 왜 하필 연초부터 싸우지 말라는 말로 시작해서 사람 마음 심란하게 만드느냐고 따질 필요도 없다. 그냥 안 싸우면 되니까.
맞다. 싸우지 말자. 정말 지긋지긋하다. 우선 정치하시는 분들, 그리고 TV나 신문, 인터넷 등등을 보면 이건 그저 쌈박질뿐이다. 그래 놓고도 남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 말이다.
이것 봐요! 저어 멀리 명왕성에서도 싸우지 말라고 할 정도잖소! 알아듣소?
싸우지 맙시다. 혹 어쩔 수 없이 싸우더라도 쫌 점잖게! 알았수? 우리네 인생 사실 별것 없수다. 흔히 말하잖소.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도 배우시고. . . ^^
[이 말인즉슨 글로써 소통하며 글과 마음을 나누시는 브런치 브런처(bruncher)님들에게 배우시라 이 말씀이외다.]
- 남은 많이 용서하되 자신은 결코 용서하지 말라
-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보내라
-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 Publilius Syrus (BC 85~43)
시리아 노예 출신의 로마 제국 시인
H A P P Y N E W Y E A 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