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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May 27. 2024

왜 처먹는걸 멈추지 못하냐고 그만 욕할 수 있게 됐다

[과식의 심리학]을 읽고


누구에게?

바로 나에게.


나는 섭식장애라고 하기엔 살짝 애매하지만 그 경계선을 넘나드는 나쁜 섭식 습관을 아주 오래도록 가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먹토도 한 적이 없고,

폭식도 이제는 잘 하지 않지만 여전히 호르몬의 영향을받으면 몇십만원 어치의 간식을 미친듯이 쟁여놓기도 하고 한때는 '마카롱 다이어트'라고 해서 하루에 마카롱을, 마카롱만을 단 15개만

(ㅎ 잠시만, 미친거 아니다 장난 아니다. 진짜다)

먹는 다이어트를 해보기도 했다.


결과는 당연히 대 실패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찬장에 가득 쌓여있는 절반도 다 먹지 못한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다 쿨하게 폐기할 수 있게 됐다. 일례의 죄책감이 없이 그동안 대기업, 중소기업에게 놀아난 내 지갑과 내 위장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잠시 잠깐 묵념하였다.


그리고 내 의지를 탓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이런 식품 산업과 소비를 촉진하는 정교한 경제 구조에서 놀아난 것이다.



한때 자본주의의 '살찐 고양이'는 산업계의 제왕들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살찐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지난 30년 동안 어느 나라도 비만의 물결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상품과 자원, 음식이 대량으로 소비될 뿐 아니라 쓰레기와 온실가스,비만 같은 결과가 생기고 있으니 우리는 스스로를 산 채로 잡아먹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 책은 철저하게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하는 비만을 국가와 산업구조에 아주 완벽하게 전가시켜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억울하기도 했고 또 분노도 여러 번 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제대로 읽으려고 시도한 책이지만 읽으면서 너무 많은 상념에 사로잡혀서 이제까지 한번도 제대로 못 읽은 것이기도 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고급 학위를 소지하고 연봉을 10만 달러나 받는다면 성공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은 직장에서 몸무게와 관련된 차별을 느낄 가능성이 남자보다 열여섯 배나

많았다. 게다가 직장에서 체중과 관련된 여성 차별은 높은 지위나 낮은 지위, 신입이나 경력직

할 것 없이 모든 상황에서 발생했다. 


모든 일을 할 때 과체중은 걸림돌이었고 방해꾼이었다.중요한 소개팅이나 미팅같은 것이 있을 때 항상 허벅지나 팔, 배 등을 도려내는 상상을 했다. 현재 지방흡입관련 카페에서는 실제로 지방흡입을 하고 난 수술 후기를 팔뚝 썰고 왔어요. 허벅지 썰러 왔어요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더라. 그렇지만 이건 유머가 아니다. 정말 그들은 아주 오래도록 썰고 싶었던

체지방을 썰러 가는 것이기에 대부분 수술 전날에는 설레서 잠을 못 잤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는데 집에는 먹을 게 없고 저녁 약속도 없으니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실컷 먹는다. 그런 다음 진저리를 치면서 집으로 돌아와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은 일을 속죄하며 신선한 주스를 짜서 마신다. 


과체중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약속이 자주 있을 가능성이 낮고, 또 그것은 식품산업구조의 병패에서

비롯된 아주 굳건한 구조의 정크푸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건강에 나쁜 음식을 제조한 대형 푸드체인의 결과물을 섭취하고 또 그것에 대한

불쾌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대형 식품산업이 만든 착즙기에서 나온 착즙쥬스를 소비하며

(그래도) 건강한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크나큰 착각에 빠지게 된다.





1. 도덕 원칙으로서 소비주의:

선진국에서 소비자의 상품 선택과 구매는 개인이 자유와 행복 그리고

힘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2.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국민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보모국가와 반대로 현대 국가는

초국적 기업을 비호한다. 또 현대 국가에 팽배한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소비자가

화려하고 멋진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자유를 찬양한다.

3. 경제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공산주의의 엄격한 금욕주의와 반대로 소비주의가 자유무역의 동인으로 찬양되며

새로운 소비자를 키우는 일이 경제 발전의 열쇠로 여겨진다.

4.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는 계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기 때문에

물질적 상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사회 지위와 위신에 영향을 미친다.

5. 사회 운동으로서 소비주의: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종종 규제를 통해 가치와 품질을 보호하는

운동 형태로 나타난다.


이 책에 이 이론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여러 근거와 논문들을 걸쳐서 끊임없이 소비가 이를테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우리가 다 같이 잘 살수 있는

원동력이 되므로 자, 우리 모두들 돈을 쓰자. 지갑을 열자. 할부로라도 무리해서 명품을 사자. 명품을 못 사면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에

잔뜩 놀아나자 라고 매일 조금씩 청산가리를 먹는 것처럼 설득당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사치열병과 비슷하게 질병과 감염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빌려와 이런 현상을 '어플루엔자' 라 일컫는다. 어플루엔자는 고통스럽고 전염성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증상으로, 더 많이 소유하려는 집착으로 생기는 과로, 빚, 불안, 낭비를 말한다. 과거에 이러한 지나친 소비는 오직 최고 부유층에게만 해당됐다. 그러나 요즘 선진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라이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점점 많은 중하층 노동계급 가족이 고급 자가용과 고가의

의류를 구매한다. 이런 물품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끊임없이 늘어나는 풍요 때문에 과거 사치품이 이제 필수품처럼 여겨지면서

무엇이 '자연적' 욕구인지 무엇이 '만들어진' 욕구인지 구분하는 관점까지 왜곡되었다.

...(중략)

따라서 사치품 소비를 떠받치는 것 중산층 가족의 저축 감소와

신용카드 대출 증가, 노동시간의 증가다.

...(중략)

이제 우리는 훨씬 높은 수준의 부유함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우리보다 소득이 세 배, 네 배, 다섯 배, 심지어 스무 배 많은 사람의 생활방식을

갈수록 많이 접한다. 그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상향소비 문화가 생겼다.

...(중략)

한 마디로 힐튼 가문을 따라할 수 있는데 왜 옆집 존스네를 따라하겠는가?


일단 욕망하는 대상을 얻거나 보고난 뒤에는 또다른 욕망의 대상이 새로운 백일몽을 창조할 때까지, 미지의 새로운 상품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창조할 때까지 불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 아니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물건에 대한 환상은 상상 이상이다. 물건을 갖기 직전까지 아주 나에게 맞춤형 물건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무조건 단점은 생기기 마련인데 그 단점을 또 채워줄만한

새로운 물건을 찾아 헤매면서 소비하려는 욕구와 그 소비에 의한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는 점점 둔감화되어 더욱 더 큰 자극을 찾아 헤매는데 이것은 마약중독의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냥 이를테면 하는 말이겠지, 하고 넘기는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라고 본다.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겠지, 하는데 절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수많은 연구로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선택지에서 더욱 괴로워한다. 결혼상대, 출산과 관련된 선택, 그리고 출산을 하고 난 뒤에 쓸 물품들.. 그것 뿐인가, 커피 메뉴 하나를 시킬 때에도

한참을 메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어떤 선택을 해야 완벽한 선택임을 우매하고 끈덕지게 고민하지만 생각보다 선택의 결과는 모두 다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늘 이렇게 고민하며 사람들은 괴롭도록 자유롭다고 한다. 장 폴 사르트르까지도 그들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식품과학산업이 이토록 눈부시게 발전했던 그 계기에 대해서도 낱낱히 그리고 친절하게 파헤쳐주고 있는 부분도 굉장히 감사했다. 왜나하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맛이야말로 비만한 대중의 교감신경과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순간 당분과 지방이 뇌에서 중독현상을 일으켜 다시 또 그 새롭지만 살짝 다른 맛을 찾게 만들고. 또 식품산업은 또 익숙하지만 새롭고 획기적인 척 하는 맛을 이름만 그럴듯하게 지어서 또 대량으로 판매하는 챗바퀴를 우리가

열심히 굴러온지도 벌써 반세기는 훨씬 넘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핫한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세대들은 단돈 몇천원에 힙한 MZ세대가 경험하는 힙스러움을 잠시 잠깐 손쉽게 빌려올 수 있고

일말의 소속감까지 느껴지게 하므로 이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에게도 더욱 쉬이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물건을 만들고 고치는 대신 만들어진 음식과 물건을 산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무엇에 통제받는 삶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곧 우리는 창조하고 생산하는 사람이아니라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타인에게 상품이나 식품의 조립, 생산을 맡길 떄 우리는 우리가 쓰고 먹는 물건이 어디에서 오는지,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착취했는지, 그 물건을 쓰고 먹는 과정에서 어떤 해가 생기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주어진 상품을 아무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지어 삼키며 자기 건강과 주체의식은 약화시키고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불려줄 것이다.


범국가적으로 '믿음직스럽고 굳건하게 자리잡은' 국민 식품 기업이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것 같은 가정의 손맛으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 따위가 있을까?

단순히 대기업이니까 으레 잘 만들었겠지, 설마 사람이먹는건데 장난을 쳤을까, 심지어 영양성분표까지도 모조리 표시되어 있으니 믿고 먹어야지 하며 선택했던 나의 선택지가 결국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였음을 알게되었다.

달리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어린 시절이 입맛으로 길들여져서 마치 이 음식이 나의 소울푸드인양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때나 기쁠때 찾게 되었다는 사실. 그러나 정작 내가 찾는 이 소울푸드는 차가운 공장에서 각종 화합물과 식품산업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하면 최대한 오래도록 본인들의 생산물에 '중독' 될 수 있도록 오래도록 연구한 값진 결과물이자

매출 우상향 곡선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소름이 돋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수비하는 최전방에 있을 것 같은 제약회사들은 어떨까?

결국엔 이들도 이익을 최대한으로 남겨야하는 다국적 기업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탈모증이나 질건조증, 발기부전 들에 쓰이는 약들도 사람들에게 생기 있고 아름답고 정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런 광고는 유한한 운명과 노화, 고립에 대한 인간의 깊은 실존적 공포를 이용한다.

"더 나은 당신" 이 될 수 있다고 말할 뿐 아니라 어쩌면 외로움이나 노화,

죽음도 막을 수 있다고 대중의 무의식에 호소한다.

라이프스타일 드러그시장은 제약회사 경영진이 오랫동안 꿈꿔온 시장이다.

아픈 사람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도 시장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더욱 이들이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의약학 분야와도 치밀하고 쫀득하게 두터운 동맹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식품과 소비생활에 찌든 비만한 자들은 또 새로운 진단명을 통해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으로 명명당하여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의 소비자로 끝없는 소비의 챗바퀴를 헉헉대며 굴러갈 수 밖에 없는 너무나도 불평등한 사이클에 평생 갖힐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함을 토했다.


비싸게 살찌워 비싸게 살빼지 않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단 한번이라도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뼈저리게 공감할 것이다. 끝없이 올라오는 식욕을 잠재우기 위해 약이나 보조제를 이용하며 또 소비하고, 그걸로도 모자르니 트레이너나 영양사의 도움을 받고,아니면 유료 미디어나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판매하는 운동 비디오에 한번 또 낚여.

그리고 결국 그게 안되면 전신마취 혹은 수면마취로 행해지는 수술대에 몸을 두어시간 맡기고 결국에는

너덜거리는 지방을 기어코 '썰어' 낸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그럴듯한 해결책을 주느냐,

생각보다 너무 소박했다.


해결책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천천히 바꾸기 위해 거창하지 않은 소 목표를 세우고 습관으로 옮긴 다음 생활 습관을 조금씩 수정해나가라고 한다.


이 말, 나도 하겠다. 하지만 당연한 게 진리이며 진리는 항상 단조롭고 지루하다.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거의 90퍼센트의 내용은 충격적인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며, 나는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렇게 알록달록한 태그를 달게 됐다.

그 다음으로는 조금 더 설득력이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줬다. 소비의 방향을 사치품이나 소모품보다 경험으로 틀라는 조언을 한다.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에 투자하고 긍정적인 정서를 늘려가라는 것이다.


물건을 소비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하는 행위는 너무 쉽고 빨리 끝나버린다. 하지만 경험을 소비하면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간접 경험으로써도 내가 이제까지 지나온 길을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시금 제목을 본다.


왜 더 이상 아이스크림을 처먹는, 라면을 처먹는

나 자신의 의지를 탓하고 손가락질 하고 자기혐오를

잠깐은 멈출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소득이다. 이제 나는, 우리는 자극적이고 정교하게 중독되게 만들어진 고도의 덫같은 정크푸드에서 허우적대는 우리 자신을 의지가 부족해서, 멍청해서, 혹은 게을러서라고 스스로 혐오하지 않을 수 있는 굳건한 로직을 부여받았다.


적어도 내 입으로, 내 몸으로 들어가는 식품이

어떻게 내 호르몬을 농간하고 뇌를 조절하는지에 대한 것도 간접적으로 배웠다. 따라서 혐오를 멈추고,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더 건강한 소비생활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 없이 소중한 책이 되었다.




책 소장욕구는 별로 없는 편이지만

이 책은 오래도록 소장할 생각이다.






위의 주장들의 근거를 물으신다면 이렇게 화려한

참고문헌으로 대신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 해보겠다.

직접 세보진 않았지만 200~300편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본 글에서의 파란색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며, 검은 글씨는 브런치 집필자인 김작이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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