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습진

식기세척기는 없지만 고무장갑은 있었는데 주부습진에 걸렸다.

by 푸르매

이런, 주부습진에 걸렸다.


365일 핸드크림을 꼬박꼬박 챙겨 바르고 있는데 주부습진에 걸리다니 이게 무슨 일 인가 싶.


우리 집은 아침을 안 먹기 때문에 삼식이가 없어 설거지는 해 봤자 하루에 2번뿐이고,

빨래는 매일매일 고생하는 나의 친구 세탁기가 하고 있다.

그런데 주부습진이 걸렸다.


요즘 유난히 손이 까슬거리고 거칠어 대는 것이 심하다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점심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손가락 끝이 하얗게 각질이 올라온 걸 보았다. 한 여름에도 건조한 내 손바닥이 새삼 대단하다 싶었는데, 손바닥도 하얗게 각질이 올라온 걸 보았다.

'아하... 습진이구나!'

내 인생 두 번째 주부습진이었다. 첫 번째 주부습진 걸리고 난 후부터 고무장갑을 항상 착용했었는데 백수가 된 뒤로 방심했다.


나의 부주의, 나의 귀차니즘으로 비롯된 결과였다.


백수가 된 뒤로, 집밥을 많이 하다 보니 설거지가 항상 있었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찬물로 설거지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장마철이 오고, 닭요리를 몇 차례 먹다 보니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팔팔 끓는 물로 식기 속도 하기 전까지는 그냥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다 보니 가뜩이나 건조한 손이 더 건조해지고 결국 각질마저 올라와 버렸다. 회사 다닐 때는 손 씻고 난 뒤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바르던 핸드크림도 집에서는 귀찮아진 게다.


'곧 씻을 텐데, 또 설거지할 텐데, 나중에 바르자'


가뜩이나 건조해서 거친 손바닥이 더 볼품 없어졌다.

백수가 되면 우아한 자유로운 영혼이 될 줄 알았는데, 여간 쉽지가 않다.



에필로그

그 뒤로 설거지할 때마다 항상 고무장갑을 끼고 핸드크림도 잘 발라주었더니 허옇게 올라왔던 각질들이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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