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by 푸르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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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프림커피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손님이 오시면 유리병에 들어있는 인스턴트커피와 설탕통 그리고 네모곽으로 된 봉지프림이 한 세트로 안방에 입성을 하면 작은 커피 숟가락으로 작은 컵들에 일사불란하고 정확하게 조재가 되었다.

'설탕 둘, 커피 둘, 프림 둘' 어른들의 커피였다.

'프림 둘, 설탕 둘' 나와 동생의 프림커피였다.

먹을 게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어른들이 커피를 마실 때 나와 동생은 옆에서 프림커피를 타 마셨다.

가루로 먹으면 맛이 너무 없었는데 뜨거운 물에 설탕 2 프림 2로 타 마시면 우유도 아닌 것이 밍밍 달달한 게 너무 맛있었다. 동생과 나는 그렇게 프림커피를 연거푸 타 마시다가 엄마한테 혼쭐이 나곤 했다.

한여름이 되면, 엄마가 물병이나 큰 대접에 찐하고 달달하게 탄 커피에 얼음을 동동 띄워 냉장고에 쟁여 놓으셨다. 농사일을 마치고 난 뒤 시원하게 한잔 마시기 위해 타 놓으신 건데, 달달하고 시원한 냉커피는 어렸던 우리 남매에게도 맛있는 음료였다. 그래도 뒷맛이 쓰니 많이 마시지는 않고 부모님 마실 때 몇 모금 얻어 마셨는데, 아직도 그 맛이 생각이 나는데 그 맛을 내기는 쉽지가 않다.



아마 제대로 된 나의 첫 커피는 설탕 둘 커피 둘 프림 둘이 아니라, 이미 환상의 조합으로 나온 믹스커피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믹스커피는 점심시간 후 꾸벅꾸벅 오는 식곤증을 피하기 위함이 더 컸었다. 여전히 잠이 막 쏟아질 때 긴급처방으로 이 달달한 믹스커피만큼 효과 빠른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두 번째 회사에서 연구소장님이 연구소 안에 원두커피메이커를 갖다 놓으셨다. 이때부터 나의 아메리카노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뒤로 20여 년 하고 좀 더 지난 지금, 나는 매일 모닝커피를 마신다.


눈 뜨고 씻자마자 바로 출근하는 나의 패턴에 모닝커피는 너무 쉽게 나한테 스며들었다.

회사보다 먼저 카페로 출근하여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루틴은 아주 짜임새 있었다.

그러다 커피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카페는 치킨집보다 많은 것 같고,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나는 카페 문 열고 바로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게다가 회사들은 복지차원으로 커피 머신 혹은 각종 인스턴트커피들을 제공하다 보니 물보다 더 커피를 마시는 날이 수두룩했었다.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면, 자연스레 커피와 멀어질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다.

특히 모닝커피를 마시는 큰 이유가 카페인 없이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집안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침마다 모닝커피를 잘 챙겨 마시고 있는 건지, 모닝커피를 안 마시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모닝커피를 꼬박꼬박 챙겨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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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백수이기 때문에 양심상 인스턴트 블랙커피로 타 마시고 있다.

여름이라서 얼음도 꼬박꼬박 만들어서 아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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