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이 Aug 04. 2023

사소함으로 살아가기

워킹맘 주간 일기(August_the 1st week)

#출근룩

우습지만 내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체중이다. 나는 매일 아침 공복상태로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아침에 찍히는 그 수치가 내 오전 기분을 결정한다. 왜 이리 몸무게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형성된 것인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만 여행이나 출장 등의 이유로 며칠 집을 비우게 되어, 다만 며칠간이라도 나만의 아침루틴(?)을 행하지 못할때 느끼는 찝찝함의 크기가 매우 큰 것으로 보아 이것은 습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강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내 강박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나의 집착, 그리고 예쁜 옷을 계속 입고 싶다는 나의 욕망이 만들어낸 콜라보로, 서로 상충되는 욕구의 밸런스를 지키기 위한 내 노력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번주는 회식이나 그밖의 저녁 이벤트가 없어서 아침 공복 몸무게가 비교적 일정하였다. 유지가 잘 되고 있는 상태임을 확인하면 출근룩을 고를때 옵션이 많아지면서 기분좋게 옷을 고를 수 있다. 다채롭게 코디해 보았던 이번주 출근룩 모음 zip.

1. 올 여름 구매한 아이템중에 가장 나의 총애를 받고있는 빨간 니트에 블랙 나팔바지를 매치했다. 나는 빨간색을 제일 좋아한다. 어렸을땐, 붉은 글씨가 가지는 미신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는 색을 빨강이라고 말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숨기고 싶었으나, 지금은 붉은색 옷이나 그밖의 아이템을 많이 착용하며 온몸으로 나의 빨간색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와인빛이 아니라 쨍한 레드 컬러라 더 맘에들었다. 친구들과 쇼핑중 그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산 옷이라 입을때마다 그들이 생각나서 더 의미있는 옷이 되었다.


2. 얇은 7부 블라우스에 슬림핏 정장바지를 매치하였다. 수수하고 단정하게 입고 싶었던 날.

3. 편한 정장바지에 깃이 넓은 연보라 블라우스를 매치하였다. 연보라색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사실 매치가 힘들어서 선택을 주저하게 된다. 막상 입으니 또 산뜻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4. 캐주얼 데이룩. 대단한 패셔니스타가 아니고서야 청바지에 흰티보다 더 잘 매치되는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한다.

5. 아마도 이날은 중요한 점심식사가 있었던 날로 최대한 단정하게 입으려 노력했던것 같다. 실제로 내가 입는 것 곧 나라고 생각하기에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이미지를 고려하여 옷을 신중하게 고르는 경향이 있다. 난 아마도 함께 점심식사 하는 그분에게 단정하고 무난한 사람의 이미지로 비춰지고 싶었던것 같다.


#먹은것

친한 후배들과 함께한 점심. 평소에 점심메뉴에 대해 의견을 내지않던 후배가 왠일인지 입을 열기에 단번에 식당을 정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과묵한 사람의 힘인건가.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입을 열때 그 말에 더 귀기울이게 되는 효과가 있는것 같다. 사실 그렇기도 했고, 나 역시 회사 근처 만두집으로는 이 집이 최고라 생각하여 더 사족을 달 필요가 없었을지도. 예약을 받지 않는 집이라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나갔더니 웨이팅 없이 바로 착석했다. 이집의 시그니처 비빔만두는 정말 한입 베어물때마다 그 맛에 감동하여감탄을 자아낸다. 잔치국수는 내 스탈이 아니지만 뜨거운 날씨를 시원한 면발로 조금이나마 식혀주어 이날만큼은 매우 만족했다.

신혼여행 다녀오신 차장님이 감사의 인사로 팀원들에게 돌린 사제커피. 우리회사내 입점되 있는 커피숍은 정말이지 맛이 없다. 이것은 매일 먹는탓에,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탓에 질려서 그런건지, 아님 독점의 폐혜(?)로 노력하지 않는 커피집의 문제인지 사실 모르겠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식사하는 날엔 꼭 맛난 커피집에서 테이크아웃해온다. 맛있는 커피는 하루의 활력소. 차장님 덕분에 아주 맛있는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아참 저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정말 맛있었는데 짙게 탄 윗부분에서 숯불구이(?) 맛이 나서 신기했다.

어느날 퇴근길의 행복. 아이친구의 엄마이자 내 회사동료이기도 한 과장님이 친정 다녀오시는 길에 얻어온 밭작물. 감사하게도 벌써 몇차례 얻어먹었는데 먹을때마다 맛있어서 믿고 먹는 밭작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더니 매번 이렇게 챙겨주신다. 감자도 양파도 너무나 실하고, 가지는 시중에 파는 가지마냥 기름칠이 되어있지 않아 오히려 그 투박함이 더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장바구니 물가를 체감하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잘 먹고 더 건강해져야지.  

건강관리로 매일 채소와 현미밥위주의 식단을 하는 남편이 반복되는 식단으로 좀 힘들지 않을까해서 통밀빵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채소, 현미 모두 건강한 식재료임은 분명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매일 똑같은 재료를 섭취하면 분명 채워지지 않는 영양소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투박한 통밀빵을 약간 두툼히 썰어내고 그 사이에 크림치즈, 풀떼기, 닭가슴살, 하바티 치즈를 넣어 만들었다.(오른쪽) 그리고 나와 아들은 닭가슴살을 제외하고 반숙란과 새우를 넣어 맛을 더했다.(왼쪽) 남편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너무 이거 맛있어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싶다며 걱정했는데, 건강한 음식과 그 맛은 왜 늘 반비례해야만 하는 건지 그 상관관계가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에 친한 대리님 과장님과 외식한날. 작년에 회사를 휴직한 관계로 성과급을 받지 못했는데, 그 점을 아시고는 맛난 점심을 사주셨다. 도톰한 히레까스는 언제나 담백하고 든든하다.  

아들과 퇴근후 카페데이트 한날.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명 피아노 카페. 항상 같은 빵을 시키는 그의 뚝심. 코딩을 좋아하는 우리집 7세는 초기 입력값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것 같다. 후훗.

회사 근처 새로생긴 솥밥집 방문. 테이블이 몇개 되지 않고 이제 오픈하여 오픈 특수를 누리는것인지,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려 이틀전에 예약하여 더욱더 기대감을 더하던 집이었는데, 화려한 비쥬얼에 비해 맛이 충족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직원들도 다들 우왕좌왕 하고 불편한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아서 당분간 재방문의사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고 이곳은 내가 아끼는 후배 ㅅㅁ과 미국 떠나기전 마지막 식사를 나눈 장소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맛보다는 사람이 기억에 남을 집.

건강음식 열전. 수분이 다 날아갈때까지 두부를 볶볶하면 이렇게 두부 소보로가 완성된다. 밥대용으로 먹곤 한다. (왼쪽) 애호박 국수 만들어서 스파게티 처럼 먹었다.(중간, 오른쪽) 식감은 거의 동일한데 소화가 훨씬더 잘되는 느낌이랄까. 건강한 음식까지 맛있게 먹는나 어떤데.

아들이 탕후루를 노래불러서 탕후루 집에 데려갔었는데 그 맛이 본인이 예상한 맛과 달라 실망한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귀엽고도 안쓰러워 내가 한번 해줘야지 싶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만든 수제 탕후루. 코팅을 설탕물이 아닌 젤리 녹인 액체로 했는데 오히려 더 쫜득하고 맛있었다. 콰삭거리는 맛은 약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성공.


#일상

아빠가 아들에게 실시하는 정기 완강기 교육. 남편은 생존이 목적인 사람인 것 마냥 안전을 최우선가치로 살아가는데, 아들에게도 이 선한 영향력(???)을 주기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약 2년전쯤 완강기 교육을 할땐 나까지 불러앉히더니, 그 사이에 아들이 제법 커서 이제 단독으로 교육하기에 이르렀다. 아들도 귀찮거나 싫었으면 내색했을텐데, 내심 재미있었는지 아님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잠자코 아빠의 지도를 따랐다. 정말 꼭 닮은 부자야.

아들과 방문했던 커피숍의 풍경.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천연 연두색 매트. 초록초록한 풍경이 난 왜이리 좋지.

해가지는 모습을 보면 예전엔 슬펐는데 요즘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가 더 많다. 색깔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그 순간이 가장 몽글몽글하다.

커피숍 나오면서 본 보름달. 보름달만 보면 소원빌자고 하는 아들 덕에 주차장 가는길에 소원빌었다.

요즘 읽고 있는책. 한페이지 넘기기가 힘들다.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고 그냥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라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에 진도가 안나가지만 이 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책에서 나오는 어떤 특정개념의 정의는 나를 흥미롭게 한다.

공감가는 구절엔 형광펜. 높은 수준의 덕을 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나도 자주 내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해 본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냐 반문할 때도 많았는데 이 페이지의 마지막 구절을 읽으니 비로소 나의 상상과 가정이 뒤섞인 노력들이 의미롭게 재탄생 되었다. 조금 더 힘내서 읽어봐야지.


사소함으로 살아간다. 그 사소함 때문에 살수있었다. 사소한 일들이, 말들이, 음식이 나를 채워주어 행복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던 한주 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Better togeth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