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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 Sep 03. 2020

만 원에 직원 뽕뽑는 방법

열 한 번째 소란


불가능한 일들을 계속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쓴이. 두더지




 뷔페 알바 구직에 성공한 이후, 뷔페 알바 후기를 여럿 찾아봤다. ‘알바계의 해병대’라고 불릴 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직 당시 뷔페 알바를 선택했던 이유는 선택 가능했던 다른 알바보다 뷔페 알바의 시급이 높기 때문이었다. 또한 업무 강도가 높은 탓인지 상대적으로 채용공고가 자주 올라와 구직이 어렵지 않기도 했다.


 ‘시급이 높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6개월만에 퇴사를 결정하게 만든 것에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라’는 업무 환경 때문이었다. 뷔페의 오픈, 미들, 마감 모든 시간대의 근무자들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오픈과 마감 시간대에는 대략 30분 안에 자신이 맡은 파트의 영업 준비와 마감을 끝내야 했다. 뷔페는 요식업종임과 동시에 대기업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매장 청결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마감 시에 매장에서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식기와 조리 도구를 청결하게 세척하고 닦아야 하며, 고객 혹은 직원의 손이 닿은 모든 곳은 청결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식품 보관 냉장고, 음수대, 음료 디스펜서 등 직원의 손이 거치지 않는 곳은 없다. (물론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대부분 1명이다.) 손님이 덜 몰리는 날에는 그나마 미리 정리해 둘 수 있는 것은 마감정리를 끝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고민할 시간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겨우 마감시간을 맞출 수 있다.


 미리 조금이라도 손을 댈 수 있는 마감과 달리, 오픈 시간대의 경우 말 그대로 ‘뛰어다녀야만’ 제 시간에 영업준비가 가능했다. 오픈 시간대에는 마감에서 깨끗이 씻어 넣어둔 것을 다시 빼내어 제 자리에 두는 과정을 반복한다. 거기에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을 채우는 과정이 더해진다. 30분 안에 지시 받은 일을 모두 끝내기 위하여는 온 매장과 주방을 뛰어다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세가지 이상의 일을 하며 정신 없이 움직여야 겨우 오픈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촉박한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간혹 실수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매니저는 내게 폭언을 일삼았다. 제 시간 안에 준비를 끝내기 위해 미끄러운 주방과 매장을 직원들이 뛰어다닌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애초에 본인들이 요구한 시간 안에 요구한 일들을 끝마치는 것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매니저, 점장, 본사 모두가 공감하지 않았다.


 본격 영업시간대인 미들 타임에는 고객을 응대했다. 이 때에 나에게 요구되었던 ‘불가능한 것’은 손님들에게 ‘음식은 입에 맞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일이었다. 서비스 만족도 체크를 하는 것은 뷔페에서 꽤나 중요한 일이다. 뷔페 특성상 매장이 바쁘기 때문에 음식이 짜거나 온도가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 나는 매번 식사 중인 고객들의 테이블 앞에 꿇어 앉아야 했다.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보이며 ‘실례합니다, 식사는 입에 맞으신가요?’하고 여쭤봤음에도 불구하고 식사 중이던 고객들은 내가 식사를 방해 했다고 여겨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직원을 무시하는 고객도 많았다.) 고객이 토로하는 일방적인 불쾌감은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으며, 매장은 그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나에게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것은 매장만이 아니었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한다’며 술을 따라달라던 50대 남성들, 자신이 쏟은 음료를 가리키며 ‘이거 좀 치워’라고 말하던 고객, ‘여직원은 멍청하니 남직원을 데려오라’던 고객, 본인이 흘린 음식을 닦는 나를 보며 ‘더럽게 왜 여기서 닦아’라고 말하던 고객, 뷔페는 직접 가져다 드셔야 한다고 하자 포크를 집어 던진 고객 등. 지금은 모두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은 다양했다. 이에 ‘먹고 남은 음식을 한데 모아 접시를 쌓아두는 것’과 같은 배려는 기대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얼굴 높이까지 접시를 쌓아 들고 팔을 후들거리며 걸어가는 나를 불러 세우고서는 ‘접시는 언제 가져가냐’며, 음식물이 잔뜩 쌓인 접시를 각각 내밀던 8인 테이블 앞에 섰을 때는 퍽 서럽기도 했다.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을 뷔페에서 근무하며 얻은 것은 손목 디스크와 습진 뿐이었다. 허공에 아무도 듣지 않는 ‘안녕하세요 0000(브랜드 이름)입니다’를 꿈에서도 외쳐대고 있을 때쯤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높은 시급조차 이를 버티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불가능한 일들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가능한 일’을 요구받고 행할 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퇴사한지 반년이 넘어가는 지금, 우연히 유튜브에서 뷔페 알바 후기 영상을 보았다. 알바 후기를 말하던 분은, 여전히 ‘뷔페는 알바계의 해병대’라고 언급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뷔페에서는 불가능한 수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모양이었다. 


*덧붙이는 말 : 업무 강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느라 상대적으로 임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해 아쉬워 덧붙인다. 매장 판매실적이 나쁠 경우 뷔페와 같은 주 단위 스케줄 아르바이트는 ‘유동적인 근무 스케줄을 앞세워’ 근무시간 단축을 가장 먼저 시행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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