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많이 안가는 편 아닌가?

그 의미를 알긴하냐고

by 최강정

오랜만에 가족 셋이 함께 거실에 모여앉아 영화를 봤다. 오늘의 영화픽은 '대홍수'이다. 이미 남편이 선택해서 영화 오프닝이 시작되었고 나는 짭짤한 가염 피스타치오 간식을 갖고오고 아들은 애착 이불을 갖고왔다. 영화인 셋이 거실로 모였다.

이름에 걸맞게 재난 영화겠구나 생각하고 평소 재난 영화를 보며 심장 쫄깃쫄깃 대며 서로의 불안을 다독여 주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딱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모지? 왜 계속 과거로 돌아가는 게냐? 지구에 닥친 대홍수라는 재난을 엄마와 실험실에서 만든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는 설정으로 모성애 실험을 감독은 하고 싶은 거였을까? 메트리스 세계관이 떠올랐다가 앞으로 닥칠 지구가 걱정되었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애는 길러지는 감정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걸까?


텅빈 머리로 텅빈 눈으로 볼 영화를 아니였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죽도록 고생시키며 마침내.

낳지 않아도 키우는 과정에서 모성애가 생긴다는 결론에 다다를때

모든 퀘스트가 완료된다.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는 너덜너덜 해져도 모성애만 생기면 된다는 건가?

현실고증 하십셔 감독님.


비는 억수로 내리지 애는 어디론가 계속 도망가서 찾아야 하지 엄마는 죽도록 뛰어다니며 애 찾아다니지.

그런 장면이 계속되자 옆에서 아들이 심드렁하게 한마디 건낸다.


"아휴 재 진짜 손많이 간다."


손 많이? 간다? 감히 니가 할 소린가 싶어서 남편과 나는 동시에 아이를 처다보았다.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손 많이 간다라... 재는 6살 꼬마잖아. 한참 어리고 칭얼댈 나이지."

"너 여섯살때 더 심했어."

"지금은 아니잖아. 지금은 키우기 쉽잖아. 손도 안가고."


순간 정적.

엄빠에게 동시에 나는 그래도 재 보다 낫다. 이런 가벼운 말로 영화 감상평을 건냈을 텐데.

부부는 동시에 할말을 잃었다.

감히 니가 손많이 안간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잠시간의 정적후에 먹고 있던 피스타치오 껍데기를 바닥에 흘릴 만큼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니 비웃었다.

너 지금 역대급으로 손 많이 가 따샤.

엄빠가 어이 없어 하며 웃어제끼자 아이는 멋적은 듯 애착이불속으로 숨었다.

양심은 있냐?

지독한 사춘기여서 엄마 아빠의 속은 타들어가 구멍이 생기는 것 같은데 너란 녀석은

자기 자신을 어여쁘게 생각하고 있구나.


난 니가 너도 힘든줄 알았지.


어떻게보면 자기 자신을 아주 괜찮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너라서 다행이다 싶은데

한켠으로는 어이가 없다.

양심도 없어보인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반전이라 영화가 끝난후

감상평 대신 아이에게 확인차 말을 건냈다.

"너 똑같은 아들 낳아서 키워야되. 반드시 똑같아야 해. 실수로 착하면 안됀다."

"왜 난 손 많이 안가는 편 아닌가?"

또다시 미궁에 빠진 아들램.


넌 진짜 좋겠다.

현실 미화 능력치 지구인 최고수준이라.


빨리 커라 대홍수 오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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