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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l 14. 2024

다음엔 너도 같이 가자.

됐거든!

  곧 남편이 귀국한다. 사주에 역마살 심하게 있는 저분은 귀국하자마자 아들을 데리고 단둘이 이탈리아를 갈꺼라며 영상통화를 걸어온다. 긴 출장끝에 포상휴가를 쓴다는 명목으로 지금 가야한다는데 휴가를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한테는 충분한 설득의 과정 없이 둘만 떠난다고 한다.


8월말까지 휴직중인 나는 해외출국이 자유롭지 않아서 출국할 수 없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처음에 여행 이야기를 꺼냈을때 본인 없는 동안 애 보느라 고생했으니 자유시간 누리라며 아들래미 사람 만들어 온다고 나를 위하는 것 처럼 꾸며댔다. 해외여행을 국토대장정처럼 포장해서 렌트도 안할꺼고 숙소도 아주 허름한곳에서 자며 생고생하며 사람만들어 온다고 어필했었다.


학교는?

학원은?

뒷수습은?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 재차 말렸지만 너무 가고 싶어하길래 정 가려면 학교, 학원 스케줄에 방해되지 않게 방학에 가는 걸 권했다. 아니면 2학기에 나도 가능할 때 셋이 함께 가자고도 제안했다. 방학때는 너무 비싸고 날씨가 더워지면 돌아다니기 힘들대고 2학기에는 셋이 또 나가면 되니까 지금 가야된단다.


2학기에는 시어머니 칠순여행으로 베트남이 예약되어서 연달아 여행은 사실 힘들것이다. 애랑 복닥거리며 아빠도 없이 매일 사리가 한움큼 나오는 나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는것 같아 서운했다. 혼자 내버려두는게 나를 위하는 건가? 나도 같이 여행가고 싶은데... 마치 나의 휴식을 위해서 여행 가는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저런 말이 나를 화나게 한다.


솔직하게 힘들어서 나를 위한 보상으로 여행하고 싶다고 너한테는 미안하다고 말하면 좋겠다. 아들한테 좋은 아빠로 보이고 싶고 추억을 쌓고 오고싶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게 어렵나? 아니면 항상 본인은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은건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치밀어 오르네.




  국토대장정같은 여행은 호텔값이 올랐다며 호텔비만 수백만원이 되었고 차를 렌트하고 투어를 신청한단다. 우리집은 부자가 아닌데 경험에 대한 댓가가 살벌하다. 실질적인 비용을 들으니 아깝기도 하고 나만 소외시키는게 화가 나서 참을 수 가 없었다.



왜그럴까? 포기해버리면 내 마음도 편하고 남편도 편할 텐데 말이다.

나의 남편에 대한 애증은 <구의 증명>소설속의 구와 담의 사랑같은 것일까? 구는 사랑하는 연인을 피폐해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기 싫어 밀어내지만 담이는 구가 없는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한다. 바닥까지 떨어져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에서 둘의 사이가 더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구의 증명 159p.


  아마도 나는 끈임없이 행복을 갈구하고 남편은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사는 것 같다. 로또다. 드럽게 안맞는다. 애비랑 복제품같이 똑같이 생긴 저분도 말도 안듣고 역시 인생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돌봐야하는걸 깨닳는다.


남편이 나를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덤덤한 남편과 불같은 나의 사랑은 항상 내가 진다. 내가 더 마음이 커서 손해보는 느낌이다. 나만 쏙 빼놓고 가는것이 속상했지만 이왕 떠나는것 그만 툴툴대자. 그리고!! 열흘간의 자유를 남편말대로 푹쉬자. 하지만 나 뒷끝있는 사람인데 이거 6개월 짜리인데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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