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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군 Jun 04. 2024

[근본 없는 철학 이야기] - 조지 버클리 (1)

주관적 관념론이 아니고, 3인칭 지각 이론이다 - (1)

[0]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경험론자 <조지 버클리>에 대해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다.


  "주관적 관념론자".


  이 꼬리표는 버클리를 제대로 오해하게 만든다.


  사실, 버클리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유명한 명제가 있다.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 그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이 말의 순수한 의미는 지각이 되는 것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좀 더 확장하자면, 그리고 예시를 들자면, 내 앞의 컴퓨터 모니터는 그것이 지각장(*앞으로 계속 이 표현을 쓸 것이다) 속에 들어와 있을 때만 존재하고, 컴퓨터 모니터라는 것 자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이 지각장이 '나'의 관념 체계로 해석되어, 버클리는 내내 주관적 관념론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1]


  첫째, 버클리는 지각장이 '나'라고, 즉 1인칭 시점에서의 지각장이라고 명시한 적이 정작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각장의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전에 먼저 '지각'이라는 개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지각>이란 대상(내 앞에 있는 그것, 즉 내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존재)의 속성들을 집합으로 묶어내는 뇌의 능력이다.


  무슨 소리냐고? 그러니까, 내가 컴퓨터 모니터를 지각한다고 했을 때, 그것에는 여러 가지 속성이 있을 것이다. 가령, 빛(광자), 전기(전기력), 화면(화소), 모니터를 내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자의식) 등이 그것이다. 괄호 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은 우리가 그 속성을 최대한 객관적, 또는 과학적 표현으로 치환했을 때 사용 가능한 용어들이다.


  빛, 전기, 화면, '모니터 사용 중' 등의 속성들이 한 군데에 모여(집합) 컴퓨터를 지각하게 해준다.


  대상을 지각한다는 것은, 이렇듯 대상의 속성들을 집합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속성들은 항상 일정한 범주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범주가 달라진다.)




[2]


  그렇다면 <지각장>이란 무엇인가?


  지각을 하는 주체를 말한다.


  음. 말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각의 가능성". 더욱 쉽게 말해, "지각이 허용되는 범주들을 정해놓은 가능성".


  컴퓨터 모니터를 광자, 전기력, 화소, 자의식의 집합으로 지각하는 것은 허용된다.


  하지만 양자, 중력, 성분, 사회의 집합으로 지각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따라서 허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지각이 허용되는 범주들을 정해놓은 가능성(지각장) 속에 들어와 있을 때만 대상은 존재한다. 그 외에 대상이 존재하는 방식은 따로 주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왜 '나'(1인칭 시점)의 지각이 아니라 3인칭 시점의 지각으로 버클리를 해석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부터는 다음 원고에서 계속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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