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며
사랑과 파괴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같은 불길 속에서 태어나고, 같은 흔적을 남긴다.
서윤은 끝내 결핍 속에 무너졌지만, 동시에 끝까지 붙잡히길 바랐다. 그녀의 절규와 투정, 그리고 죄책감은 모두 사랑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붕괴의 기록이 아니다. 인간은 상처 속에서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끝내 무너지는 순간조차, 붙잡아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서윤아… 미안해. 제발 살아줘.”
그 속삭임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존재를 다시 불러오는 힘이었다.
가끔은 끝내 닿지 못한 마음들이 그림자처럼 남는다.
그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를 따라다니고, 대물림되고, 때로는 새로운 고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그림자는 우리가 서로를 향해 몸부림쳤다는 증거다.
사람이 남기는 건 결국 빛과 그림자의 흔적이다.
사랑은 그 흔적 속에서 다시 깜박이며 이어진다.
사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철저히 나를 위한 글이 되어버려, 정작 읽는 사람에게는 닿지 않는 글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라는 매개를 선택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허상의 존재이지만, 작가는 그들에게 감정을 불어넣고, 독자는 그 인물들에게 마음을 이입한다. 그렇게 해서 비로소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나는 바란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자기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복잡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를. 사랑과 미움, 연민과 원망, 희생과 갈등이 모두 뒤엉켜 있는 바로 그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진짜로 살아냈다는 증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