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두 번째 함께 읽은 책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였습니다.
이 책은 제15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가족, 상실, 화해, 그리고 삶의 여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담담한 문장 속에 서늘함과 따뜻함이 공존하고, 작은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 중 특히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세 편을 중심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인식』은 딸을 키운 부모님들에겐 말할 수 없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른거리는 장면부터, 어른이 되기 위해 준비한 조용한 의식까지. 부부가 죽은 딸을 대신하여 성인식에 참가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 시간을, 색으로 표현한 작가의 묘사는 아름다우면서도 깊이 슬펐습니다. "부모란 존재는 끝내 아이를 놓아주는 연습을 하게 된다"는 대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언젠가 왔던 길』은 딸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여정이었습니다. 예술가였던 엄마, 늘 특별한 존재였지만 어쩐지 멀게 느껴졌던 사람. 그런 엄마가 치매에 걸려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처음으로 딸은 진심으로 다가갑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건, 그 사람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가능한 걸까?" 누군가의 말에 모임은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표제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마치 수채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오래된 바닷가 마을의 이발소, 가게 안을 맴도는 바닷바람 냄새, 그리고 말없이 찾아온 손님. 이발사는 과연 손님이 자신의 아들이란 걸 언제 알았을까? 실제로 오래된 이발소에 다녀온 기억을 나누며, 책 속 장면이 모두의 마음속에 그려졌습니다.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이발소. 어쩌면 우리가 무심히 스쳐 지나왔을지도 모를 공간에 관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나눴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공백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가족들의 이야기였기에, 오히려 더 많은 우리의 기억들이 그 틈을 메워갔습니다. 작가는 단어를 아끼면서도 장면을 풍성하게 그려냅니다. 사물 하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죠.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조용한 책입니다. 큰 목소리로 무엇을 주장하지 않지만,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 한 켠을 건드립니다. 나는 지금 내 가족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오해한 채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저마다 다른 문장을 기억했고, 서로 다른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그 다양함이야말로 독서모임의 가장 큰 즐거움 아닐까요.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서툴게 사랑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