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인생은
네 번의 오프라인 모임이 망한 후, 결단을 내렸습니다.
가장 먼저, 오프라인 모임을 선동했던 사람들과 노쇼를 했던 회원들을 정리했고,
모임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규칙을 명확히 공지하고,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어기면
망설임 없이 강퇴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렇게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오프라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네 번의 실패 끝에, 대구 시내 세 군데 카페에서 이미 ‘블랙리스트’가 되어 있었고,
또다시 욕받이가 될까 두려워 선뜻 나설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심스레 다시 오프라인 모임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이번엔 오지 않더라도 상처받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마음을 내려놓은 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장소는 지금은 사라진 대구 시내의 작은 카페 <쿠쿠오나>.
2층 조용한 골방.
그곳에서 처음으로 '책모임다운 책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어차피 몇 명은 안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작은 골방이 금세 가득 찼습니다.
무릎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아늑한 공간.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책을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그날의 냄새, 온도, 공기의 떨림은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그만큼 짜릿하고, 강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모임의 취지인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눈다”에 따라,
한권의 책을 선정했는데요.
유명한 책도, 고전도 아닌 에세이.
<툭하면 인생은> 이란 책이었습니다.
회원 한 분의 지인이 쓴 책이었죠.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이 책을 골랐습니다.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고,
직접 손에 들기까지 시간이 걸린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번만큼은, 정말 누가 나와도 오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툭하면 인생은》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혹은 생각해봤을 일들을 따뜻하게 녹여낸 책입니다.
그날 우리는 각자 인상 깊게 읽은 글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를 꺼냈고,
누군가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누구도 같은 지점을 읽지 않았고,
누구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 있었죠.
서로 다른 시선이, 같은 문장을 다시 보게 해주었으니까요.
이후에도 저는 이 책을 일 년에 몇 번씩 꺼내 읽습니다.
그리고 회원분들에게도 종종 추천합니다.
삶이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글들이 있고,
새롭게 와닿는 문장들도 있습니다.
그 때 모임에서 많이 나눴던 글 몇 개를 소개해 드릴게요.
혹여나 독자 여러분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삶에도, 사람에도 미숙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 시절, 날 것 그대로였던 저를 떠올리면
지금은 그래도 꽤 사회화된 듯해 혼자 웃음 짓기도 합니다.
삶은 씁쓸하지만 가끔씩은 끝맛이 달짝지근한 소주 같은 거란 생각이 듭니다.
툭하면 인생은, 여전히 제게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내어주고
그것들을 풀어내길 기다립니다.
쉬운 문제만 내어주면 얼마나 좋겠냐 싶다가도.
너무 쉬워 뚝딱뚝딱 풀어내면 삶이 너무 무료하고 심심할까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내어주는 듯 합니다.
(제발 쉬운 문제들만 내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툭하면 인생은》과 함께한 책모임도 그랬습니다.
책모임은 여전히 서툰 저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감동시키고 많은 부분을 가르쳐줍니다.
가끔 모임 안에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내어주기도 하고요.
뚝딱뚝딱 해결하진 못하지만,
여전히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모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첫 번째 ‘진짜 책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