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부터 낯설고도 묘한 울림이 있는 이 소설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나는 독서모임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폴은 서른아홉의 실내장식가. 나이도, 삶도, 사랑도 어딘가 체념한 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연인 로제는 유부남. 그리고 그 관계는 열정보다는 습관에 가까워져 있었죠.
(일단 여기서 많은 분들이 한 번 놀라셨습니다. 유부남 애인이라니...)
그런 그녀 앞에, 시몽이라는 젊은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가 건넨 첫 질문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질문은 단순히 음악 취향을 묻는 게 아니었습니다.
브람스의 음악이 가진 고요함, 회한, 그리고 지적인 슬픔은
마치 이렇게 묻고 있는 듯했습니다.
“당신은 아직 사랑할 수 있나요?”
“당신의 감정은 살아 있나요?”
폴은 시몽과의 관계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시 익숙하지만 공허한 로제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도대체 왜???!!!!)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날 모임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보수적인 교육을 받은 세대에게 이 삼각관계는 파격 그 자체였고,
기혼자와 미혼자, 남성과 여성, 20대와 50대—
모두가 전혀 다른 해석과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일한 20대 회원은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모임 탈퇴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는 후일담도 남아 있죠. (진심 ㅋㅋ)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단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감정의 유통기한, 삶의 회색지대, 그리고 익숙함과 설렘 사이에서의 고민.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폴’이었고, ‘시몽’이었고, ‘로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