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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조용히 무너지고 천천히 단단해지는 삶에 대하여

by 앙드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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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은 끊임없이 요동치는,
중년 남성 ‘다다시’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혼 후 혼자가 된 그는 조용히, 그러나 고집스럽게 ‘품위’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이 작품은 격정적인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이 무너지는 방식,
그리고 그 무너짐을 스스로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우아한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책모임에서는 이 제목이 주는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겠다”는 건, 결코 우아하지 않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죠.
어떤 분은 “그 말은 결국, ‘난 우아하게 살고 싶지만 잘 안 된다’는 고백처럼 들린다”고 하셨습니다.

다다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거나, 때론 붙잡습니다.
모두가 공감했듯, 그 모습은 어쩐지 우리 아버지의 뒷모습,
혹은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단지 사랑 이야기로만 읽혀지지 않아요.”

처음엔 대부분이 이혼 남성의 ‘잃어버린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작품은 사랑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습니다.

돌싱이 된 남성이 마주하는 현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매한 인간관계,
혼자 먹는 밥, 혼자 맞는 명절,
부모님의 병든 노년, 치매, 그리고 복지 시스템의 빈틈.
모임에서는 “이건 그냥 다다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구조와 세대 전체의 이야기”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어떤 분은 “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부모의 노년이 떠오르고,
언젠가 닥쳐올 내 노년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죠. “근데, 그런 불안한 생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조금 더 다정하고 싶어졌어요. 지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일까, 외로움일까. 아니면 단지 낭만일까.”

주인공 다다시가 만나는 여성들과의 관계도 이야깃거리가 많았습니다.
“이건 사랑이야?” “아니야, 그냥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손짓 아닐까?”
“그나마 다다시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 같아 보여서 더 아프더라”
등 각자의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누군가는, 다다시의 삶이 너무 낭만적이라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듣던 분이 웃으며 말했죠.

“현실이 고달프니까, 그 낭만에 잠깐이라도 기대고 싶은 거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오히려 좋았어요.”



“나는 지금 어떤 얼굴로,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사건보다는 감정의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입니다.
읽고 나서도, 모임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그 잔상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한 장면을 곱씹게 됩니다.
혼자 술을 마시던 다다시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 장면.
그 짧은 동작 속에
사람의 고독과 견딤, 그리고 어쩌면 품위란 무엇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나이 들어가는 이 삶을
정말 우아하게 살고 있는가?
혹시 그저 우아한 척 하는 것은 아닐까?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말 없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책입니다.
누구의 인생도 완전히 우아할 수 없듯,
우리 모두의 삶은 조금씩 모호하고, 그래서 더 인간적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적인 틈 사이로,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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