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키 7』, 인간은 얼마나 복제될 수 있을까

미키 7

by 앙드레신
ChatGPT Image 2025년 5월 13일 오후 04_38_29.png

『미키7』은 저에게 단순한 SF 소설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한없이 가벼운 듯 달려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함께 읽은 시간은,
우주보다 더 넓고 깊은 질문들로 우리를 연결해주었습니다.


죽어도 살아나는 인간이라면, 그는 여전히 나일까?

미키는 지구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된 이후,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파견된 ‘익스펜더블’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임무를 맡고,
죽으면 기억과 몸이 복제되어 다시 태어나는 존재.
우리가 만난 미키는 일곱 번째, 미키7입니다.

책을 덮은 후 가장 많이 오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죽음을 반복하며 복제된 존재는 과연 ‘나’일까?”
미키7과 미키8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몸, 다른 시간에 태어난 존재입니다.

기억이 같다면 나일까?
아니면, 죽는 순간 모든 연속성은 끊어지는 걸까?
“그에게는 영혼이 있는가?”라는 고전적 질문까지 이어졌습니다.


불멸의 삶, 당신은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책은 또한 ‘불멸’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된다면, 그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모임에서는 대부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키처럼 고통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삶은
오히려 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사랑이 있다면, 삶은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웃었지만, 그 말 속엔 제 진심이 숨어 있었어요.



새로운 행성을 정복해야만 하는가?

『미키7』은 우주의 생존이라는 겉모습 아래
인간의 지배적 본성, 확장 욕망, 식민주의적 시선을 조명합니다.
새 행성에 착륙한 인류는
그 환경에 적응하기보단, 정복하고 점유하려 합니다.
어떤 분은 “미국을 만든 유럽인들, 인디언을 밀어낸 역사와 똑같다”고 말했죠.

그것은 이야기 속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곧 우리 삶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결국 ‘우리’보다 ‘나’를 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겠습니까?

이 질문은 분위기를 다시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떤 분은 “중학교 2학년, 첫사랑 고백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첫 투자 타이밍으로 돌아가야지”라며 웃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굳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다”며,
지금 이 삶에 대한 만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죠.
“그래서 우리가 불멸을 원하지 않는지도 몰라요.
이 삶이 충분히 좋고,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하니까요.”


『미키7』은 분명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SF 소설이지만,
그 안엔 끊임없는 철학적 질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슬픈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죽어도 살아나는 존재는 인간일 수 있을까.
영원한 기억은 나를 보장해주는가.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조금씩 죽고 다시 태어나는 삶을
이미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keyword
이전 07화『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