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쓴 소설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재현이나 추모의 기록을 넘어,
죽음을 목격한 자, 남겨진 자, 그리고 말하지 못한 자의 고통을
시적이고도 치열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모임의 밤,
우리는 고요히, 그러나 진심을 다해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참석하신 대부분은 학창 시절 근현대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였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광주의 진실을 오랫동안 접하지 못한 채 성장했다고 말하셨습니다.
“518이라는 숫자를 들은 건 어릴 때 뉴스 자막에서였던 것 같아요.
그게 사람의 죽음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이었죠.”
누군가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대학교 때 전공 교수님들끼리도 선거철만 되면
멱살잡이 할 듯이 싸우던 시절이었어요.
진실보다 프레임이 더 중요했던 시대였던 거죠.”
『소년이 온다』는 화자가 계속 바뀌는 구조입니다.
처음엔 ‘너’로 시작된 이야기들이 ‘나’에게 도착하고,
결국 독자인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너라고 부르니까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한 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설의 중심에 있는 소년 ‘동호’는
피해자이면서 목격자이며,
힘없는 이들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너무 조용했고,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많은 분들이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를 꼽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시대의 기록이 아닙니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부채를 지닌 시대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지금 이걸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이 역사 안에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책모임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국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법과 폭력의 관계,
비폭력의 힘,
가정교육이 만드는 국가관,
그리고 경제성장과 의식의 성숙.
이 책은 1980년 광주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문장이 어렵다는 평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책은 한강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잘 읽혔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작가의 에필로그가 유난히 길게 가슴에 남았다는 이야기.
읽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작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야기를 넘기며 조용히 눈시울을 훔친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 분이 말했습니다.
“이건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 같아요.
그 점에서 『소년이 온다』라는 제목이 정말 잘 지어진 것 같아요.”
『소년이 온다』는 우리가 함께 껴안아야 할
기억의 책임, 부끄러움의 유산입니다.
아프지만 꼭 알아야 할 역사,
읽기 힘들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