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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그 ‘위대함’에 대하여

위대한 개츠비

by 앙드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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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만 놓고 보면 밋밋하고 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정교하게 포착해낸, 구조적으로 단단한 소설이다. 호불호는 분명 갈리겠지만,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인생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개츠비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인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실제 삶과 개츠비의 삶이 겹쳐 보이는 지점들은 흥미로웠고, ‘개츠비’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배경 이야기 또한 인상 깊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이번 모임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어떤분은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읽고 참석하셨다. 번역자에 따라 ‘위대함’의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다양한 판본을 읽었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위대하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았고, 이 모임을 통해 그 의미를 함께 느껴보고 싶다고 전해주셨다.

누군가는 개츠비가 위대해 보였다고 말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설정한 기준 안에 갇혀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을 상황에서, 개츠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목표만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데이지를 향한 그의 순수한 사랑을 위대함으로 보았다.
부도덕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음에도, 도덕적 혼란과 무책임이 만연했던 시대 속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태도, 혹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그 지점이 위대하게 느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던 개츠비의 확신 자체가 위대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어로서의 ‘위대함’

반면, ‘위대한’이라는 표현을 역설적·반어적 장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시대의 혼란과 공허함을, 오히려 ‘위대하다’는 말로 비틀어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다.

결국 개츠비의 위대함이 향한 끝은, 데이지와 함께 노란 차를 몰고 달려가다 맞이한 파멸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고리오 영감』을 떠올린 분도 있었고, 조르바를 연상한 분도 있었다. 개츠비는 그렇게 여러 문학 속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사랑이었을까, 욕망이었을까

데이지와 개츠비의 관계를 두고도 의견은 갈렸다.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그것을 사랑으로 느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인생의 목표 자체가 데이지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순애보에서, 계산적이고 빠르게 소모되는 현대의 사랑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반대로 데이지는 개츠비가 이루고자 했던 야망과 욕망의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시선도 있었다. 개츠비가 끝내 도달할 수 없었던 어떤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 완벽해지고 싶어 했던 한 남자의 삐뚤어진 에고이즘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이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소유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닉 캐러웨이는 신뢰할 수 있는 화자인가

이야기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일까.
소설의 시작부터 닉의 성격이 제시되고, 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에게서 도덕적 타락이 드러난다.

닉을 신뢰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해진다는 의견도 있었고, 조던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에서 오히려 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는 모두 개츠비처럼 살아간다

“개츠비는 과연 자신의 삶을 살아본 적이 있을까?”

이 질문에 우리는, 사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개츠비처럼 살아간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데이지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안락함을 추구하는 종속적인 여성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미국 동부와 서부의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는 2차 자리에서 더 깊게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당신의 녹색 불빛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당신이 가진 녹색 불빛은 무엇인가?”

아직 없다고 말한 분도 있었고, 손에 닿을 듯한 현실적인 목표를 이야기한 분들도 있었다. 언젠가 그 녹색 불빛에 닿을 수 있기를, 서로를 응원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떤분이 해주신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시간적 고향이 있다.”

여러분의 시간적 고향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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