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으니까!
'젊으니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동생이 한 명 있다. 그녀는 빠른 92. 나랑은 또 생일 앞 숫자가 다른 그녀다. 보수적인 내 전 직장에 팀 막내로 들어온 그녀는 그 직업이 꿈이어서 대학도 관련학과를 졸업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1년 뒤 사표를 던졌다. 이유는 선망해온 것만큼 재밌지 않고, 본인이 더 잘하는 일이 분명 있을 것 같아서라고. 그렇게 웃으며 퇴사를 선택했던 그녀는 지금 더 재밌고, 더 잘하는 일을 '해내며' 멋지게 살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수상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녀는 호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괌으로 놀러 왔다. 좋아하는 소설책과 에세이를 선물로 한아름 안고서. (지인들은 보통 괌에 방문할 때 한국의 식량(?)을 선물로 가져다준다. '젊으니까동생'은 마음의 양식을 선물로 들고 왔다. 더 반가운 건 몸의 양식이고, 더 감동인 건 마음의 양식이었다. 하지만 그대들이여, 부디 다음에는 두 손 가벼이 오시게! 이것이 나의 진짜 진짜 진심이다.)
젊은 그녀와 함께 괌을 여행하다 보니, 나도 무언가 재밌는 경험을 하고 싶어 졌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부터 '하고 싶은 일'과 '재미있는 것'은 항상 순위에서 밀려났었는데 그녀는 내게 "언니는 젊으니까"라며 내가 엄마이기 전부터 '원래' 좋아했던 것을 잃지 말라고 했다.
맞아, 나도 젊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지금 아니면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생각했다. '젊으니까동생'이 옆에 있으니 엄마라서 망설였던 일이 한 가지 떠올랐다.
경비행기 운전 체험.
사실 내 마음속엔 그랜드캐년을 경비행기로 둘러보았던 그 짜릿함이 남아있었다. 괌에도 경비행기 투어가 있다는 걸 듣고 마음이 꿈틀 했었는데, 아이들과 (유리심장모험시러)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니 금세 그 마음도 사그라들었더랬다. 무엇보다 난 더 이상 경비행기 투어라는 무모한(?) 체험과는 거리가 먼 '엄마'였고, 나이는 아직 젊지만 사회적 역할은 그다지 젊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30분에 190불을 지불하는 게 아까운 현실 아줌마였다. 190불이면 해피밀이 몇 갠데.
그렇게 경비행기와 해피밀을 저울질하던 내가 '젊으니까동생'을 핑계로 경비행기에 올랐다. (남편에게는 비밀로 했다. 한 3일 뒤쯤 들켰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활주로로 나섰다.
어른 3명이면 꽉 차는 작은 비행기.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처음이다.
긴 스틱을 쭈욱 잡아당기자 활주로에 비행기 동체가 뜨기 시작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륙과 착륙을 셀 수 없이 많이 해 본 나였지만 이건 흡사 비행기가 나를 지켜주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비행기 동체 위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사랑의 절벽부터 피쉬아이마린파크 해변까지. 그리고 우리 집도 보였다. 저 넓은 바다에 내가 발을 디딘 곳은 에메랄드 색 부분뿐이라니, 어차피 나는 영원히 이 작은 섬나라의 발톱만큼도 경험하지 못할 한 명의 나그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동시에 하늘 위를 드라이브하니 내 발 밑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누리고 있는 느낌도. (아주 잠시)
"우와! 첫째 학교다! 둘째 학교다!"
모든 것이 기승전아이들로 끝나는 7년 차 엄마의 존재가 발현될 때쯤 착륙의 시간이 왔다.
게임기 조종처럼 스틱을 반대로 쭉 당기니 착륙이다.
드디어 땅이다!!!
하늘을 드라이브한 느낌을 솔직히 말하자면 눈물 나게 아름다웠지만 토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차 상당히 있음)
"동생아, 여기서 떨어지면 어쩌지?"
"언니, 어차피 오늘 내가 죽을 운명이라면 태평양 바다에 떨어져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녀와 나의 온도차가 확실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꼭 젊었을 때 고생하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놓치지 말라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30대고, 분명 젊은 나이이지만 난 더 이상 젊지 않다. 내겐 유리심장모험시러 남편이 있고, 엄마랑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귀요미 둘이 있다. 나의 현실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본 것은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다시금 '젊으니까동생'과는 조금 다른 나의 현실을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엄마가 도전하고, 엄마가 모험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몇 곱절의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그런 엄마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투몬 비치에 토하지 않은 것을 자찬했다. 그래도 (정신없는 상태에서) 찍은 사진들을 나중에 보니 참 좋다. 이 아름다운 자연!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이곳을 존중하며 잠시 머물다 가야겠다.
(그래도 '젊으니까동생'과 함께한 3박 4일은 2019년 한 해 중 제일 즐거운 날들이었다.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으니까! 헤헤)
혹시 경비행기 체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동승하는 조종사의 라이선스를 꼭 확인하시고
출발 전, *쌀국수 집에 예약 전화를
하고 가세요! 착륙 후엔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거든요.
*마스 키친 Ma's Kitchen
671-647-4627
Gpo근처, Tamuning cost-u-less 쪽에 있습니다.
Yogurtland와 Tokyo mart랑 같은 건물에 있어요.
*Pho Thanh Xuan
647-646-6622
투몬 시내에서 PIC 리조트로 가는 길에 있어요.
최근에 테이크 아웃해서 먹었는데 여전히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