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런 유행은 고마워

일상을 잠시 눌러 리듬을 만들어

by 박바코

우리 대화에도 유행이 있다.
어디선가 본 재밌는 말투일 때도 있고 공감되는 단어일 때도 있다.
아니면 왜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말도 있었다.
한동안은 내가 상따거! 를 외치면, 애인은 다른 말을 하던 와중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찌아우- 하고 대답해 줬다.
쓸데없이 비장하고 무거운 표정과 목소리 톤이 포인트여서,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해달라 하기도 했었다.
-
이런 유행은 재미가 시들해질 때쯤 자연스레 없어진다.
그리고 어느샌가 다른 말이 쑥 등장한다.
최근에 애인이 갑자기 ‘고마워’ 란 말을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너무 평범한 단어인데
그 특유의 리듬과 행동이 특이하게 만든다.
글로 써보자면 ‘고옹-마어어~~’ 이런 느낌이다.
그리고 한껏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야 하고,
둘 다 서있다면 상대를 꼭 안아주며 말해야 한다.
-
기습적으로 받은 이 격한 표현 덕분에
평소라면 지나치고 마는 ‘고마워’라는 말이, 마음에 훨씬 가깝게 닿는다.
말과 행동은 마음을 표현하는 매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생각한다.
조금 귀찮아도, 과장하고 신경 써서 전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은 그냥 흘러가던 일상을 잠시 눌러 리듬을 만든다.
만들어진 소소한 리듬들이 모여 즐거운 노래가 된다.
-
애인의 ‘고옹-마어어~~’ 도 딱 그 말투대로 마음을 눌러준다.
이 유행이 평소보다 쫌 더 오래가면 좋겠다.
아니면 잊을만할 때쯤 다시 불쑥 나왔으면 한다.
그럼 난 또 처음 본 거처럼 받아주며 같이 웃을 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