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견디지 말고 함께 지켜봐줘
고만고만한 일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불안이란 감정이 느껴지는 날이다. 불안은 불규칙적이지만 늘 그랬듯 다시 돌아온다.
이럴 땐 모든 게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걱정이 이어지고 지난 시간을 계속 헤집는다.
작업이라도 잘되면 너무 쉽게 잊어버릴 감정인 걸 뻔히 안다.
단순히 날씨가 흐려 기분이 가라앉은 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 불안을 오늘은 그냥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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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에는 평소엔 알지 못한 내 안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웅크리고 숨어있던 마음을 찾아낼 수 있다.
안 듣던 장르의 노래를 들으며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럼 나는 다음에 이 깊은 곳에 있는 사람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 사람을 위한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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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이 감정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밝고 행복한 감정을 찾아가야 하고 그게 옳은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그 반대의 것은 모두 틀린 게 된다.
하지만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느낀다.
내가 알 수 없고 앞으로도 모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부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절대 모든 걸 알 수는 없을 거다.
내 방식과 감정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다.
그래서 약하고 어두운 나의 일부를 외면하기보다는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렇게 오늘의 불안을 안고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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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불안은 너무 허술한 감정이라, 그 틈새에 좋은 감정들이 금세 들어찬다.
애인과 마주 앉아 저녁을 먹으며 오늘 느낀 여러 감정에 대해 편하게 얘기한다.
그러니, 이 불안은 스스로 잘 보낼 테니 더 깊어진 나를 함께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길.
혹시 깊은 곳에서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대신 말해주고 싶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이라고.
우루루 몰려오다가도 작은 햇빛에 금방 흩어져버리는 저 먹구름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