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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평론가

무지개가 7가지 색이라 단정 짓지는 말자

by 박바코

어디서 본 얘기인데 무지개를 몇 가지 색으로 보는지는 집단마다 다르다고 한다.
누군가는 세 가지로 보고 다른 누군가는 수십 가지 색으로 본다고 한다.
색에 예민하다거나 시력이 좋다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다.
처음부터 무지개를 몇 가지 색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였냐에 따라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 나서 무지개를 볼 때는, 7가지 외 뭐라 말하기 애매한-그러나 충분히 예쁜 색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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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로운 뭔가를 경험할 때는
아는 단어 모르는 단어 전부 긁어모아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우리 집에는 아마추어 평론가 둘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꼭 ‘하나 둘 셋 ‘ 을 외친 뒤, 동시에 별점을 매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한다.
듣고 나서 상대방의 별점이 다시 바뀔 때는 은근한 쾌감도 있다.
안 가봤던 좋은 식당에 가면 음식의 향과 온도, 느껴지는 맛부터
가게의 인테리어와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말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느낌은 구체화되고 더 생생한 이미지가 된다.
또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놓쳤던 부분을 함께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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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주관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해 틀리기도 하는 그 평론은,
솔직히 평론이란 거창한 말보다는 오늘 느낀 점을 얘기하는 일기에 가깝다.
누군가는 유난이라 느낄 수도 있고 피곤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록달록 많은 색의 무지개를 보는 게 좋다.
세상엔 디테일한 즐거움이 너무 많으니까, 그냥 좋다- 별로다- 하며 쉽게 흘려버리긴 싫다.
같이 얘기하고 자세히 찾아보며 흘러가는 즐거움을 붙잡고 마음 안에 꼭꼭 담아두고 싶다.
그러다 보면 못 봤던 새로운 색을 무지개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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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평론가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의 공기에 대해,
파프리카를 버터와 고깃기름에 구우면 느껴지는 맛에 대해 이야기할 거다.
어쩔 때는 귀찮아서 대충 넘겨버리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무지개는 7가지 색이라 단정 짓지는 말자. 같이 조금씩 더 풍부한 세상을 느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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