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고 소중한 하나를 골라 건네기
애인이 며칠간 재택근무를 하게 돼서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야식으로 먹었던 치킨이 배에 계속 남아있는 기분이라
가볍게 집에 있는 과일과 견과류, 삶은 계란을 먹기로 했다.
애인은 망 채로 꼭지도 안 딴 방울토마토를 가져오고, 바나나는 판매용 비닐 안에 그대로 넣어 들고 온다.
이왕이면 예쁘게 먹음 좋을 텐데 절대 안 그런다.
다시 담아볼까 싶어 생각하고 있는데, 혼자 삶은 계란을 까더니 나 먼저 건네준다.
-
기분이 좋다. 이왕 한 거 바나나도 까달라 내밀어본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하얀 알맹이만 건네준다.
이런 소소한 배려가 특별한 이벤트만큼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보내고 있는 일상에 내가 스며있단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별하고 거창한 ‘날’에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오는 평범한 ‘날들’에 둘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 매일매일에 언제나 나란 사람을 의식하고 생각하고 있단 걸 알게 한다.
그래서 계란 껍질을 까서 주는 이 쉬운 행동은, 건네주는 알맹이보다 더 큰 마음을 받게 만든다.
-
남아있는 방울토마토 두 개를 본다.
그중 더 크고 예쁘게 생긴 하나의 꼭지를 따서 휴대폰을 보는 애인의 입에 넣어준다.
그냥 지나가도 아무도 모를 작은 것에서도,
더 좋고 소중한 하나를 골라 상대에게 건네는 마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나머지 하나는 내 입에 넣고 나서 뒷정리를 한다.
금방 또 저녁도 먹어야 하고, 분리수거도 해야 하고, 작업도 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것이 반복해서 오는 일상이기도 하지만
계란 껍질을 까주는 날들이 계속되는 거기도 하다.
배가 고픈 어떤 날엔 먼저 홀랑 먹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목 안 막혀?’ 물어보며 음료를 슬쩍 건네는 그런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