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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아니라 돋보기인데요

주머니에서 꺼내 살펴보자

by 박바코

‘콩깍지 씌다’라는 말이 있다.
대체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싶은 경우가 내 주변에도 있었고,
누구는 우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럼 이 콩깍지는 대체 언제 벗겨질까 고민해보기도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이 안 멋있게 느껴지고 마음이 확 줄어버리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면 본 적도 없는 내 콩깍지한테 그냥 잘 붙어있어 달라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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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나도 안다. 객관적으로 잘생긴 얼굴은 전혀 아니다. 너무 평범하다.
근데 계속 이 얼굴의 장점을 찾아낸다.
‘활짝 웃는 게 예쁘군’ ‘속눈썹이 은근히 길구만’
성격도 마찬가지다. 분명 단점도 많은데, 자꾸 좋은 점을 찾아내고 혼자 감동하고 그런다.
‘하는 일에 욕심이 있네’ ‘늘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네’
내 눈엔 하루하루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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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진짜 내 눈에만 좋은 걸까?’
아닌 것 같다. 사실 모두의 눈에 좋은 건데 내가 먼저 찾아낸 거다.
웃는 얼굴과 다정한 성격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근데 남들은 별 관심이 없었던 거다. 나부터가 남한테 관심이 없는걸.
애정 어린 상대에겐 가까이 다가가게 되어있다.
궁금한 게 많아지고 돋보기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살펴보게 된다.
그러면 남들이 몰랐던 좋은 점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뜬금없이 훅하고 단점이 보여도 이미 주머니 안엔 장점이 가득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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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도 나한테 꾸민 게 낫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순둥한 맨 얼굴이 더 좋다고 한다.
애인도 무지막지한 돋보기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내 것보다 성능이 좋은 거 같기도.
그 돋보기로 계속 좋은 점을 많이 찾았으면 한다.
나도 몰랐던 내 매력도 발견하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러니 괜한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거든 말해주자.
‘이거 콩깍지 아니라 돋보기인데요? 벗겨지는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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