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은 치고 싶은데 쉬고도 싶어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이불에 푹신한 매트리스,
각종 충전기와 티비가 있는 안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혼자 있을 땐 거의 거실에서 작업을 하거나 쉬는데
같이 있으면 어느새 한 명이 먼저 안방에 들어간다.
그럼 남은 한 명도 스윽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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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괜히 한쪽 다리를 애인 몸 위에 올려둔다.
침대가 커서 다리 뻗을 데도 많은데 굳이 골반을 틀어 다리를 턱 걸친다.
사실 얼마 전까진 내가 그러는 걸 별생각 안 하고 있었다.
의식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올려뒀었다.
하루는 애인이 복숭아뼈에 눌려 아프다고 말해서 그때 알았다.
이게 뭐가 그리 아파했는데, 반대로 눌려보니 아파서 뻘쭘하더라.
애인은 웃으며 물었다.
‘우리 엄마도 아빠한테 늘 이러는데. 이러고 있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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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러려니 했지만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이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한 내면의 갈등이 표출되는 행동이다!
단순한 감정 하나로 퉁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다.
장난은 치고 싶은데 쉬고는 싶고,
각자 할 건 하고 싶은데 같이 있고는 싶고,
그런 온갖 마음이 뭉쳐져 골반을 틀고 무거운 다리를 들게 하는 거다.
‘우리는 지금 어쨌든 같이 붙어있는 거야.’라는 연결감이
혼자 무얼 하는 시간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거라구.
그러니까 앞으로도 자연스레 올라오는 내 다리를 눈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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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복숭아뼈가 생각보다 아플 수 있단 걸 알았지만
다리 올리는 걸 포기할 수 없어 해본 변명이었다.
근데 구구절절 이런 말들을 써보니 더 알겠다.
그냥 좋아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