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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28. 2021

‘채찍 말고 당근’ 미디어 바우처를 아시나요?

‘좋은 언론사’와 ‘나쁜 언론사’ 독자가 선택하는 시대

‘미디어 바우처’라고 들어보셨나요? ‘바우처’라는 건 쉽게 말해서 ‘쿠폰’인데요. 일단은 정부가 수요자에게 쿠폰을 줍니다. 그러면 수요자는 이걸 가지고 공급자를 선택합니다.      


공급자가 수요자한테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정부는 그만큼의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지급하는 쿠폰을 ‘바우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디어 바우처’란 수요자가 언론을 선택해서 본다는 말입니다.      


국회에서는 이걸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28일) 동료의원 21명과 함께 정부 광고 집행기준을 국민이 직접 정하게 하는 ‘미디어 바우처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언론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작금의 언론 환경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진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좋은 언론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열심히 취재해서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는 그만큼 수요자가 몰리고, 정당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기능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나쁜 언론사’를 걸러내는 역할도 하지 않을까요? 가짜 뉴스와 허위정보, 클릭 수만 올리려고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를 택할 독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독자들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고, 언론사도 보다 많은 바우처를 따내기 위해 더 치열하게 취재하고, 고민하는 기사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신뢰도 향상되리라 봅니다.    

  

언론재단이 발행한 미디어 이슈 ‘미디어 바우처 제도에 대한 국민 의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 실시에 찬성한 비율이 75.4%, 이 제도가 언론 향상에 기여할 것이고 답한 비율이 72.2%에 달했다. <2021.5.26. 기자협회보> 중.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시행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재무부가 성인 1인당 연간 50달러(한화 5만6천원)이 바우처를 발행하고, 개인(독자)은 원하는 언론사에 5달러씩 10회로 나눠 기부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사가 독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겁니다.      


물론 국내 몇몇 언론사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있긴 합니다. 온라인 기사 하단에 맘에 드는 기자나 기사에 후원금을 주는 안내를 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바우처’를 통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성격이 다를 뿐이지요.     


이 제도가 언론의 불신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레기’ 소리만 듣고 살 순 없습니다. ‘나쁜 언론’을 처벌하고 혼내는 언론개혁보다, ‘좋은 언론’에 상을 주고 칭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개혁을 촉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시국 선언이었습니다. 현직 기자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장면이었습니다.      


언론개혁은 언론계의 자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채찍이든, 당근이든 비로소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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