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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18. 2021

황석영처럼 쓰기는 어려워도

작가나 기자나 ‘맞짱 뜬다’는 각오로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황석영 작가가 출연했습니다. 대작가의 '글쓰기 비법' 공개됐는데요. 그는 ‘글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대답은 이랬습니다. “맞짱 뜬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맞짱 뜬다”는 말은 ‘내가 이기든, 네가 이기든 어디 한번 겨루어 보자’라는 의미입니다. 또는 ‘내가 이기든 지든 도전본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상대가 있는 싸움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작가는 은퇴라는 게 없어요. 죽을 때 펜을 잡고 죽어야지요. 그게 직업의식이고 장인이지.” 기자도 그렇습니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부조리한 사회와 모순된 구조, 악행을 저지른 권력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대결입니다. 때로는 ‘타협’이란 유혹 앞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이길 때까지 펜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작가뿐만 아니라 기자 역시 그것이 직업적 소명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기자는 소설을 쓰는 작가와 달리 허구가 아닌, 사실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다만 소설이라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매도할 순 없습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사실을 근거로 쓰는 작품도 꽤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허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독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베스트셀러도 되는 것 아닐까요?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맞짱의 기술’은 필수 요소일 것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유튜버나 언론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내고 있는 ‘가짜뉴스’는 출처나 근거조차 없습니다. 어떨 땐 소설보다 못할 정도입니다. 내 계좌에 수입만 올리면 되는 ‘돈벌이’로 언론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직업의식이고 장인정신이고 그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가치입니다.      


팔순의 거장은 오늘도 책상 앞에 궁둥이 딱 붙이고 앉아 온몸의 에너지와 정신을 끌어모아 한 줄 한 줄 글을 씁니다. 기자는 현장에서 발로 뛰어 가져온 취재물을 놓고 한 줄 한 줄 기사를 씁니다.      


작가의 글과 기자의 기사에는 ‘혼’이 담기고, 독자는 그 혼을 느끼며 글을 읽습니다. 잘 쓴 글과 기사는 세월이 지나도 늙거나 낡지 않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만주에서 태어나 베트남전에 참전했습니다. 해남과 광주에서 집필 활동을 했고, 1979년 계엄법 위반으로 붙잡혀 당국의 권고로 제주도로 이주했습니다. 1982년 다시 광주로 돌아와 5월 항쟁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각종 활동을 펼쳤습니다.      


1985년 군사독재 감시를 피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출판한 뒤 유럽과 미국, 북한으로 이어지는 오랜 망명 생활도 했습니다. 마침 오늘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우리는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봅니다. 오월 광주와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썼습니다.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다음 달에는 파란만장 인생사를 바탕으로 궁둥이를 붙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꾹꾹 눌러썼을 『철도원 삼대』를 읽을 계획입니다.


*글에 넣은 사진은 지난 13일 KBS2TV로 방송된 <대화의 희열> 영상 캡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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