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기자는 ‘사람’이 재산이다

취재와 기사 작성 때 ‘겸손과 공손’은 밑천

by 류재민

기자들 사이에는 “기자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합니다.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언론인이라는 소명의식과 자부심만큼은 재벌 부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언론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매체가 생겼다가 자취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만큼 언론사의 경영난이 극심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게다가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기자인 듯 기자 아닌'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언론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를 구겨놓고 있습니다. 주변에 ‘내가 이러려고 기자를 하고 있나’라고 자괴감을 느끼는 선후배가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느 직업이든 빛과 그림자는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기자생활에 있어 보람은 ‘사람’이란 재산을 축적한다는데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매일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게 일이잖아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웃부터 성공한 사업가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들을 통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전문가들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체득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글로 쓸 수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는 기자의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자의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재산으로 모아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개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요. 기자 본인도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자문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충청의 정치와 행정을 다루다 보니까요. 지역에 소재한 대학 교수님들 조언을 관계자 멘트로 쓸 때가 자주 있는데요. 두 분야의 학자들과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령 지방분권과 자치 등 행정과 관련한 취재를 할 때는 충남대 최 교수님이나 목원대 권 교수님, 한남대 원 교수님을 찾고요. 전반적인 정치와 관련해서는 배재대 최 교수님과 목원대 장 교수님, 단국대 이 교수님에게 조언을 듣습니다.


정당과 관련해선 여권에선 중부대 권 교수님, 야권은 충남대 육 교수님이 잘 설명해 주십니다. 한 그룹당 2명 이상의 전문가를 알아둔 이유는, 한 분이 연락이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적금' 성격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내 재산으로 만들려면 겸손과 공손이란 ‘밑천’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막 돼먹은 기자들은 취재원이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합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나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습니다. 기자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군림하려 듭니다.


또 어떤 못된 기자들은 취재원에게 앙심을 품고 감정적인 기사를 써 곤경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취재원이 고개를 숙이면, 승리자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립니다. 그래서야 어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기자 명함’만 들고 다니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 얘기입니다.


십수 년간 기자 생활을 하는 저 역시 초년병 시절에는 혈기만 앞세워 취재원들과 다툼이 잦았습니다. 솔직히 감정적인 기사를 쓴 적도 있고요. 그래서 재산을 많이 모으지 못했나 봅니다. 연차를 거듭하면서 그땐 왜 그랬을까,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이제야 뉘우치고 성찰하며 ‘깐부’를 찾는 중입니다. ‘사람 재산’을 어느 정도 모으면 기부활동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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