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과 짬뽕, 어떤 걸 좋아하세요?
언론이 공정해야 사회가 공정해집니다
언론은 객관성, 중립성, 사실성을 추구합니다. 함축하면 ‘공정’인데요. 여러분은 언론이 공정하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주관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생각합니까?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3~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공개한 창간 74주년 기념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9%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별로 공정하지 않다 38%, 전혀 공정하지 않다 21%)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32%(매우 공정 4%, 대체로 공정 27%)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회가 ‘공정해졌다’는 응답은 35%로 ‘불공정해졌다’(29%)보다 높았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30%였다.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는 응답자의 37%가 ‘정치권’을 지목했다. 법조계(22%)·언론계(11%)도 불공정이 심한 곳으로 꼽혔다. <2020년 10월 6일 경향신문 보도 발췌>
우리나라에서 개혁이 시급한 3대 집단이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꼽혔습니다. 정치개혁, 사법개혁과 함께 언론이 개혁이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공정과 정의를 추구할 언론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으나, 참담한 현실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경향신문> 온라인판 갈무리. 2020년 10월 6일 자. 누가 묻습니다. “공정한 언론과 불공정한 언론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난감한 질문입니다. 교과서적으로는 객관성, 중립성, 사실성을 확보한 언론이 공정하다고 해야죠. 하지만 언론이 공정보도를 했어도 보는 독자나 시청자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어떻게 하나요?
한 예로, 제 어머니는 보수성향이 강한 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은 다 못마땅해합니다. 정부 입장을 옹호할라치면 남는 건 언쟁뿐입니다. 웬만하면 어머니와 정치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분께서 ‘조중동’이 아닌, ‘한경오’를 본다면 신뢰할 수 있을까요? 금방 신문을 덮거나 채널을 돌릴 확률이 높습니다.
정치인도 비슷합니다. 여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을 칭찬하거나, 야당 의원 앞에서 주야장천 여당 얘기만 늘어놓으면 어떻겠습니까. 다음부터는 만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조중동' 보는 사람은 조중동만 봅니다. '한경오' 독자가 조중동을 선호하진 않습니다. 자기가 애독(애청)하는 언론사 보도가 진실이고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곧 그 사람의 이념과 가치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언론은 그 지점을 파고듭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도하고, ‘논조’로 포장해 정당화합니다. 앞뒤 다 자르고 ‘자기편’이 좋아할 만한 부분만 떼어내 여론화합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 권력기관과 결탁해 기득권을 만듭니다. 전후 맥락을 알 리 없는 절대 독자들은 활자화된 기사만 맹신하고 따릅니다. 반대 성향의 언론 매체를 불신하고 공격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언론은 취재 단계부터 한 사람을 ‘매장시킬’ 작정으로 달려듭니다. 감정적이고 편향적이며, 악의적인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론권을 달아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형평성을 잃은 언론도 있습니다. 선거 기사를 예로 들면요. 여당 후보를 다섯 줄 썼으면, 야당 후보도 다섯 줄 써야 공평합니다. 그런데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독자들 표심을 한쪽으로 쏠리도록 유도합니다.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고, 조작하는 ‘저질 저널리즘’의 단면입니다.
출처=픽사 베이문제는 공익을 위한 진정성입니다. 중국집에 손님 두 명이 왔습니다. 한 사람은 짜장을, 다른 한 사람은 짬뽕을 시켰다고 칩시다. 선택은 각자의 취향이고, 자유입니다. 조중동 보고 싶은 사람은 조중동 보고, 한경오 보고 싶은 사람은 한경오만 보는 것처럼.
그런데 말입니다. 짬뽕에 국물을 안 넣고, 짜장에는 국물을 잔뜩 들이부었다면 어떨까요? 이건 사기죠. 짜장도 아니고, 짬뽕도 아닙니다. 손님들은 중국집 사장을 불러 따지겠죠. 이게 짜장이고, 짬뽕이라고 만들었냐고. 맞습니다. 짜장이든, 짬뽕이든 그 형태는 올바르고 온전해야 합니다. 맛도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손님들이 많이 찾고, 매출도 오르지 않겠습니까.
음식이 이상하고, 맛도 없으면 그 식당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여기서 중국집 사장은 언론사 사주입니다. 사주가 진정성을 갖고 언론사를 운영할 때 기자들이 올바르고 맛깔난 기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독자가 사기당했다는 기분이 안 듭니다. 믿고 봅니다.
기자는 자기 기사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언론이 공정해집니다. 언론이 공정해져야 우리 사회도 공정해집니다. 언론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부를까요.
질책만 말고 격려도 바랍니다. 세상에는 언론민주화를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 시간에도 취재 현장에서 분투하는 기자가 아주 많답니다. 오늘 쓴 기사 한 줄이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했는지 성찰할 시간입니다. 저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는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5.2%(총 3976명과 통화해 1000명 응답).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