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잘 지내나요?
저는 다시 청와대 춘추관으로 왔습니다. 두 달여 만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면서 한동안 국회만 출입했지요. 두 곳 이상 출입기자는 한 군데만 출입해 달라는 청와대 요청에 따랐는데요. 어제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돌아왔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탄 종로 11번 마을버스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삼청동 주민센터 앞에서 내려 국무총리 공관을 지나 춘추관으로 올라오면서 시간의 변화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마을버스와 같은 색이던 초록색 은행나무 이파리는 어느새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춘추관 현관 앞에는 발열체크 장비가 세워져 있어 놀랐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더 많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지나다니던 간판 없는 구멍가게와 ‘동철상회’가 그대로이고, 춘추관 앞 커피숍도 정상 영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 매우 어렵다는데요. 다들 그 자리에 있어줘서 다행입니다.
그새 출입처가 바뀐 기자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그대로입니다. 저처럼 다른 출입처로 떠났던 기자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문득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당신만 그 자리에 없는 것 같아 허전하더군요.
변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춘추관 기득권의 상징인 ‘풀(POOL) 기자단’입니다. 코로나에도 끄떡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와 행사의 근접 취재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광고도 받는다지요.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대통령 외국 순방에 전용기 탑승은 그들 먼저였잖아요.
같은 청와대 출입기자인데, 왜 취재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들은 A급이고, 나머지는 ‘B급 기자’ 취급하는 고약한 행태에 지난날 우린 얼마나 통탄했습니까.
이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박근혜 정부 시절 무장해제하고 두 손 공손히 모은 채 대통령 말에 토 달지 못한 기자들, 신년 기자회견 질문자를 미리 정하고 질문도 청와대와 주고받은 기자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3번이나 하는 동안 대통령에 질문 한번 못한 기자들, 누굽니까.
정권이 바뀌어도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있으니 무슨 영문입니까. 뻔뻔하게 언론개혁을 찾고 있으니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춘추관 기자실에 대못을 박겠다고 했을까요.
이런 부조리를 기자들의 책임과 몫으로 돌린 채 수수방관하는 춘추관 태도는 답답하고 한숨만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지요. 기회는 공정하고, 과정은 평등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가 최고 권력기관 출입기자들부터 공정과 평등, 정의가 없는데 어찌 온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윗물이 흙탕물인데, 아랫물은 깨끗할까요. 회원사와 비회원사로 편을 나눠 광고 배분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툭하면 기자실 칸막이 책상 사용을 놓고 치고받기 일쑤잖아요.
관청의 기자실은 엄연히 공공의 재산이고 시민이 주인입니다. 기자들은 그걸 마치 사유 공간처럼 쓰면서 시민 위에서 군림하려 듭니다. 네가 잘 났니, 내가 잘 났니 합니다. 어제도 다투고, 오늘도 다투고, 여기서도 다투고, 저기서도 다툽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싸웁니다.
싹 다 갈아엎어야 하는데, 역부족이네요. 그 길에 앞장섰던 당신마저 떠나니 힘이 부치고 용기가 안 나네요. 복귀 첫날부터 신세타령입니다. 언제 들어도 영양가 없는 얘기지요? 허튼소리는 아닌 걸 당신이 더 잘 알 테니, 이해 바랍니다.
오늘 아침은 유독 추웠습니다. 점점 더 추워지겠지요. 고되고 힘든 나날인데,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안녕히.
J, 당신을 생각하며 띄웁니다.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pRw_HnE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