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청와대, 굿바이 춘추관
좋아, 가자 용산으로, 빠르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떠나는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지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지난 5년의 대한민국,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청와대는 내일(10일)부터 국민에게 개방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중궁궐’을 나와 소통하는 대통령을 천명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 양반 는‘졸속 이전’이라는 비판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국민들 얘기를 듣기보다 ‘좋아, 빠르게 가’만 좋아하나 봅니다. 그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 아닌가요? 국민과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제가 일했던 춘추관 브리핑실 내부입니다.
춘추관 입구 복도인데요. 가끔씩은 이곳에서 백브리핑을 하기도 했습니다.제 청와대 출입도 오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들러 사물함을 정리하고 열쇠를 반납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춘추관 입구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춘추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요. 기둥에는 ‘청와대로 1번지’라는 지번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이곳을 출입했습니다. 촛불 정국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 5년을 오롯이 지켜보며 7년이란 시간을 보냈는데요. 저 역시 이곳을 나오려니 많은 회한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기자’로서는 다시 못 올 곳을 나오려니 발걸음도 잘 떨어지지 않더군요.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고별 브리핑에서 “차기 정부에도 대변인, 기자가 있지만 청와대와 춘추관이 사라지니, 저는 마지막 청와대 대변인, 여러분은 마지막 춘추관 기자다. 마지막이기에 역설적으로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또 코끝이 찡해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 청와대 직원들이 반갑게 배웅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청와대 제공.
2022년 5월 9일 10시 20분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 채팅방 퇴장을 마지막으로 춘추관 출입도 끝났습니다. 춘추관 건너편 동료 기자들과 드나들던 커피숍은 내내 그리울 겁니다. 그 맞은편, 전임자와 이름이 같아 지날 때마다 자꾸만 떠올리게 했던 ‘공근혜 갤러리’도 안녕입니다. 마을버스를 타러 내려가는 길에 허름한 ‘동철 상회’와 아주머니도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요.
춘추관 어귀를 지키던 경찰관도 근무지가 바뀔 테지요. 제 출퇴근길을 함께 따라 걸었던 은행나무 가로수와 종로 11번 버스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겠죠. 아, 이제 모두 안녕입니다. 2022년 5월 9일 밤 10시 20분.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 채팅방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습니다. 이제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용산 시대'가 열립니다. 새 정부는 춘추관의 새로운 이름을 ‘국민소통관’으로 명명했습니다. 언론은 국민과의 소통 창구입니다. 언론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겠죠. 저 역시 새로운 시작으로 각오를 다집니다. 권력 앞에 무릎 꿇고 아부 떨지 않겠습니다. ‘곡학아세(曲學阿世)’ 대신 ‘정론직필(正論直筆)’을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제가 요즘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쓴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라는 책을 열독 중인데요. 어려운 정치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서 썼습니다. 배꼽 잡습니다.
광화문 앞 정부청사 건물에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제도, 덕성, 리더십, 권력, 권력의 감시, 소통 등 제반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가까스로 바람직한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 균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심신의 건강에도 일상의 관리가 핵심이듯이, 정치 공동체의 건강에도 일상적 관리가 핵심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에는 칭찬을, 그렇지 못할 때는 신랄하게 비판하겠습니다. 펜으로 칼을 이기겠습니다. 가자 용산으로! 근데, 가는 길이 만만치 않네요. 용산은 첨이라. 거기도 크고 넓은 구중(九重)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