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넣기와 덜어내기

글쓰기와 다듬기, 그 부단한 작업에 대하여

by 류재민

저는 매주 금요일마다 칼럼을 씁니다. 2018년 1월 첫 주부터 시작했으니, 만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칼럼은 일반 기사와 달리 기자(글쓴이)의 주관이 실리는데요. 한주 한주 소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소재 고민을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신문을 들춰보고, 시사주간지와 TV 시사프로그램까지 섭렵합니다. 쓰는 것보다 소재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소재만 정해지면, 거의 반은 끝났다고 할 정도니까요. 어떻게든 매주 하나씩 소재를 찾아내는 저의 뇌가 고맙고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쓸거리’를 찾으면 곧바로 초고 작성에 들어가는데요. 이때부터 저의 뇌는 또 바빠집니다. 쓰기와 전쟁을 치러야 하니까요. 일단 저는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쓸 때도 있고, 글을 다 쓴 다음에 달 때도 있습니다.


‘초고’라는 덩어리를 만들어놓으면 한숨을 돌립니다. 소재 찾기까지가 일의 절반이라면, 초고를 마치면 80%를 끝낸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20%인 ‘퇴고’ 작업입니다. 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의 ‘완결성’이 정해지니까요. 글에 있어 퇴고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주 한 편의 칼럼을 쓰기까지 어림잡아 서른 번은 넘게 고칩니다. 때로는 동료 기자한테도 빨간펜 첨삭을 받습니다. 어느 부분을 덜어내고, 어느 부분을 채워 넣어야 할지를 놓고 출고 전까지 씨름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곳이 정치권이다 보니 금요일 오전까지 상황을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채워 넣기보다 덜어내기가 더 힘들고 고된 작업입니다.


대략 저는 A4 용지로 1장 남짓 분량의 글을 씁니다. 원고지로 따지면 10장 정도인데요. 칼럼의 분량은 딱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가급적 길지 않게 쓰려고 합니다. ‘정치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는데, 글까지 길고 늘어지면 보는 사람들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덩어리를 자르고, 부수고, 버리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련 없이 버리고 덜어내야 합니다. 어렵게 수집한 정보와 자료라도 과감히 날려야 합니다. 아깝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야 제 주관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쓰는 글 역시 몇 번을 다듬고 다듬어 여러분께 내놓는다는 사실, 아시죠? 이렇게 갈고닦은 글이라도 정작 독자들 앞에 내놓으면 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 아닙니다. 아, 내가 왜 이렇게 썼지, 이건 이렇게 썼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나는 이렇게 고친다. 우선 다양한 방식으로 고친다. 모니터로 보면서 고치고, 출력한 종이에 끄적이면서 고치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고친다. 처음부터 보기도 하고 뒤에서부터 보기도 하고,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또 다양한 환경에서 고친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고친다. 고치는 시간도 다양하다. 아침에도 고치고 저녁에도 고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퇴고를 거듭할 때마다 글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채워 넣기와 덜어내기. 기자뿐만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최종 관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매주 찾아오는 ‘퇴고의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일단 자유롭게 칼럼을 연재할 지면을 허락해 주는 회사에 고맙습니다. 또 유려한 글은 아니라도, 금요일마다 제 글을 기다려 읽는 독자가 있어 행복합니다. ‘이번 주는 쉴까?’하는 악마의 유혹을 떨칠 수 있는 힘도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이번 주도 치열하게 준비하고, 치사하지 않게 쓰고, 치밀하게 채우고 덜어내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곡은 요즘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입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W9f47Bn6yI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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