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타투를 하고 싶었다. 틈틈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타투 #탄타투 #컬러타투 등을 검색했다. 딱히 선호하는 타투이스트나 모양이 없었기에 막연히 '타투하고 싶다'라고만 생각하던 어느 날, 팟캐스트를 듣던 중 게스트로 나온 타투이스트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불현듯 ‘이 사람에게 타투를 의뢰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인스타를 찾아 DM을 보냈다. 그게 지지난 주 금요일이었고, 다음 날 토요일에 도안을 받고, 그다음 날 일요일에 타투를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 타투가 무척 맘에 든다. 나는 이번 주 주말에 같은 타투이스트에게 또 하나의 타투를 하기로 했다.
이 경험으로 타투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바뀌었다라기보다는 타투를 통해 "몸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배웠다"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배움에 관해선 내가 도안을 결정하는 과정부터 이야기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타투이스트에게 전달한 내용>
1단계: 원하는 컬러, 톤 앤 매너
2단계: 이 둘을 연상할 수 있는 아티스트
3단계: 내가 타투를 하는 목적
나는 이브클라인의 파랑을 따뜻하게 표현해주길 원했다. 불안이 올 때마다 타투에 손을 대 ‘어차피 지나갈 거야’라고 되내며 불안을 줄이고 싶었다. 이틀 후 내 타투 도안이 나왔다. 물고기를 연상하는 듯한 형태 안에 따뜻한 파랑이 물고기의 생명을 책임져주는 듯 채워져 있었다. 수정이 필요 없는 내 스토리를 완벽히 담은 타투였다. 나는 바로 이 도안으로 결정하고, 타투를 진행했다. 나는 타투이스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랍게도, 그리고 너무나 운 좋게도 타투이스트는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지점이 많아 이야기할 거리가 넘쳐났다. 그렇게 내 몸에는 파란 물고기와 타투이스트와 나눈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타투를 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내 타투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이 더 신경 쓰였는데, 세 시간 여동안 타투를 받으며 나는 이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내 타투를 평가하는 건 나만의 스토리를 평가하는 것과 다름 없고, 누구도 내 스토리를 평가할 자격이 없으니까
(실제로 내 타투가 이렇다 저렇다 한 사람은 없었음. 오히려 너무 유니크하고 예쁘다는 평이 많았다 헤헷)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광배근이 넓어지는 현상을 보며 내 몸을 타인이 대상화하는 것에 자유로워진 것처럼 타투를 통해 나는 조금 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심지어 엄청난 감성의 소유자인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작업이라니!
내 몸을, 그리고 내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지 매 순간 깨닫는 요즘이다
+ 이 타투를 한 일주일 동안 나는 새로운 곳을 많이 갔는데, 가는 곳마다 너무나 많은 환대를 받아 얼떨떨한 상태다. 아마도 내 타투가 부적의 역할도 했나 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