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온한 삶 Apr 08. 2021

B의 퇴사 이야기

“ 부원장님과 저는 잘 안 맞아요. 원장님이 얘기 좀 해주세요”


B는 부원장과 처음부터 삐걱거리더니 마침내 터졌다. 부원장도 대면하기 싫다며 B를 피하고 있었다. 난 둘의 다툼에서 누구의 편을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되는 위치였다. 둘이 알아서 해결하란 얘기만 남겨두고 B의 교실을 나왔다.


그녀가 뿌루퉁하게 출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퇴근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부원장에게 선생님과 조화롭게 지내지 못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인사도 없이 투명인간처럼 다니는 B를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B에게 인사도 하고 웃으며 대하려 했지만, B는 모른 척했다. 결국 B는 퇴사 신청을 했고, 사표는 수리되었다.


그녀가 퇴사하는 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학원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호흡하며 수업하던 모습,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다.


“ B선생님, 어디 갔어요?"

“ B 선생님 퇴근했어요. 원장님"

" 네? 아직 퇴근시간이 안되었는데, 벌써요?"

" 마지막 날이라 조금 일찍 퇴근시켰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혹시나 카톡을 보내고 서둘러 퇴근한 거 아닐까? 급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며, 살펴보았으나 그녀에게 온 카톡은 없었다. 그녀는 그냥 홀가분하게 떠났다.


난 당황한 얼굴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나와의 불화로 퇴직한 것도 아닌데, 왜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났을까라는 물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를 채용한 건 나였다.

쾌활하고, 상큼한 그녀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만큼 잘해줬다.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마지막을 이렇게 기억하도록 한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좋지 않게 기억할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좋지 않게 기억하는 것만큼 씁쓸한 건 없다.


다음날, 카톡 알람 소리가 울렸다. B였다.

“원장님, 그동안 감사드려요. 좋은 레퍼런스(Reference)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카톡 내용이었다.

잠시 후 예상대로  B가 면접 본 학원에서 레퍼런스 체크 전화가 왔다.

“ 좋은 선생님입니다”라고 말을 해주었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은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난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전화가 오면 원장님이 편견 없이 겪어보는 게 나을 거 같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때는 어찌할 바를 몰라 서둘러 얼버무렸으나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남았다.


그녀는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될까?

그녀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인생의 쓴맛을 본 거 같다.


그녀가 보여준 뒷모습은 바람직하진 않았을지라도 1년 넘게 함께 지냈던 그녀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단지 그녀를 위한 일인지 나를 위한 일인진 알 수 없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사장은 성공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