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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한 삶 Apr 14. 2021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

사업 9년 차. 집 밖은 전쟁터라 생각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한 학원 사업. 일터에서 집으로 귀가하는 마음은 어찌 패잔병이 된 것 마냥 발걸음이 무거웠다.

 

일이 생겼다.

퇴사한 한 선생이 재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학원을 차리고 말았다는 것. 속이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추스리려 어디 가서 큰소리로 소리라도 지르면 좀 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 봤자 목만 아플 뿐이지만. 쓰린 마음은 더 쓰리기만 했음에도.

 

‘맥주 한 캔이라도 사 보자’ 하고 들어간 편의점에서계산을 하려는데, 한 아이가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 원장님, 안녕하세요?”

 

평상시 인사성도 없는 애가 왜 이럴 때는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지. 자연스레 맥주는 뒤로 숨겨졌다. 심장이 괜히 뛰었다. 내가 미성년자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었다. 그래도 ‘선생’ 이라 음주하는’일반인’ 의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업의 성격 상 때 아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조금은 서글퍼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 학원을 나가 학원을  퇴사한 직원을 떠올리며 많은 생각이  올랐다.

돌이라고 애기 옷 사주던 일,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던 그 선생의 얼굴 마저도.

 

집에 오니 식구들은 다 자고 있었다.

맥주와 오징어를 꺼내고 있는데 우리 집 거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관이었다. 엉망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들, 음식 찌꺼기들, 아이들의 장난감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집을 쳐다보고 있으니 금세마음이 어지러워졌다.

내 마음을 누구에게 들킨 것 같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고 속상했다.

전쟁터에서 지고 왔는데, 몸과 마음을 뉘일 공간조차 없다는 생각마저 드니 삶이라는 것이 원체 이렇게 고통스럽고 고단한 것인가 싶었다. 그 때 처음 ‘공간’ 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정말 편안히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에 대해서.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게다가 상처 받은 마음에 대한 공감을 얻는 귀중한 장소여야 한다고 말이다.그때, 나의 공간은 삶을 옥죄이고 있었다. 집이 나의 삶을 고통스럽게 공격하고 있다면 분명 이는 심리적 문제였을 것이다. 과거의 일, 즉, 학원의 일을 집으로 가지고 오면서 내일 또 몇 명이 그 학원으로 옮겨갈까 불안했고, 그 마음이 그대로 공간에 스며들고 있었다.

 

어수선한 집을 보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생각했다.

정리가 필요한 건 집이 아니라 사실 나 일지도 모른다. 나의 상처 받은 마음과 어지러운 짐을 정리하는데 용기와 힘이 필요할 뿐. 집이 정돈되면 왠지 내 마음도 단단해질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난 정돈을 습관으로 삼았다.

틈틈히 비우고 버릴 것이 없나 정리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단출한 살림을 하기로 결심한 이래로 매일 하는 습관이다. 1년이 지나도 한 번도 안 입은 옷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가구들, 필요 없지만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던 것을 하나씩 버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미니멀 라이프를 삶의 목표로 삼고 나니 공간이 주는 위로가 꽤 컸다. 생각보다 일상의 따뜻하고 커다란 위안이 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꽉 차 있을 때에는 물건에 뒤덮여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비워진 공간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니 이렇게 좋은 습관이 있을 수가 없다.

 

확실히 물건을 사는 일도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필요한 것보다는 가지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 왠지 사야 할 것 같은 것에 집착을 보였다면, 이제는 물건을 살 때 1년이 지나도 계속 애용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금방 싫증이 나서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은 처음부터 들이기 조심스러워진다. 언젠가는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무엇을 버리는데 인색한 편이었다.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절약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엄마의 서랍을 뒤져보면 아마 20년 된 물건도 남아있으리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여러 장점을 몸으로 체득하고 나서는 엄마의 살림 방식보다는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생활하는 나의 방식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업을 하는 경우 감정적으로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정돈을 하다 보면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문제들이 차분히 가라앉고 정리정돈이 잘된 공간에 있으면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정리된 공간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친정 어머니께도 권하고 싶은 미니멀 라이프지만 살아갈 날이 살아낸 날보다 적은 그녀가 버리지 않은 물건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는 것 또한 삶의 낙이니 너무 강조하진 않을 려 한다.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습관은 바로 공간을 통한 마음정리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이다. 정리에 대한 마음가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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